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韓·日, 석유·가스 상호 협력해야”

한경연·日경단련 新경협 세미나서
중동전 계기 에너지 안보 공조 강조
“핵심광물 개발·확보 양국 힘합쳐야”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중동 전쟁으로 고조된 에너지 수급 위기에 대응해 한국과 일본이 석유·가스 등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2일 일본 도쿄에서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종합정책연구소와 공동으로 ‘복합위기 시대의 한일 新(신)경제협력 세미나’를 열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한·일 경제통상 협력 방향’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한·일 양국은 공통의 도전과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며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고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된 지금 필요한 것은 가치와 이해를 공유하는 국가 간 유연한 연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수급 위기 발생 시 신속히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석유·가스 등 상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세계 최대의 저장 인프라를 보유한 한국이 여유 물량을 운용하는 일본과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일본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기업인 JERA는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 장관회의를 계기로 ‘LNG 수급 협력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하며 LNG 스왑 등을 추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중심 통상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여 본부장은 한국과 일본이 핵심 광물 확보 및 첨단산업 공급망 재편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 본부장은 양국 공급망 협력을 위해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SCPA)에 기반한 협력(공급망 교란 대응 및 핵심광물 탐사·투자) ▷지(地)전략적 자원 협력 포럼(FORGE)·국제에너지기구(IEA) 등 다자 플랫폼 기반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한·일 양국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협력 강화와 희토류 등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 공급망 3법 및 희토류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경제안보법을 기반으로 자국 내 희토류 탐사·개발을 진행 중이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도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 “한·일 양국이 제3국에서의 광산개발과 인프라 투자 등 공동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리튬·흑연·희토류 등 주요 광물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이미 니켈·구리·철광석 등 자원개발 프로젝트에서 협력한 경험이 있다. 안 부원장은 다자협력 플랫폼인 핵심광물협정(ATCM)이 향후 가격 메커니즘·투자 기준·공급망 규범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구노 아라타(久野 新) 아시아대학 교수도 공급망 안정화를 양국의 주요 협력 분야로 제시하며 “양국이 정보 공유, 공동조달, 생산 협력 등 보다 실질적인 협력 메커니즘을 시급히 고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철 한경연 원장은 이날 “이번 세미나 논의를 바탕으로 정책 제안 보고서를 5월 중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원유집 KAIST 교수가 제시한 ‘트윈 허브 AI 인프라 동맹’ 모델도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델은 전력과 냉각 여건이 유리한 일본에서 AI 훈련을 진행하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갖춘 한국에서 추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 모델이다.

원 교수는 “AI 훈련에 소요되는 전력과 냉각 등 총 인프라비용을 대폭 절감하면서 AI 서비스의 응답 속도와 모델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며 “한·일 간 이러한 협력 모델이 정착되면 양국이 아시아의 AI 인프라 질서를 주도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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