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으로 가야할 세금을 퍼붓는 것….위기올 때마다 반복할거냐”
“공정하게 세금을 잘 쓰느냐도 문제…인플레이션 맞을 수도 있어”
![]() |
| 4차 석유 최고가격제 발표를 앞둔 23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양영경 기자]정부가 24일 0시부터 적용되는 4차 석유 최고가격을 2·3차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제도 종료 시 기름값이 리터(ℓ)당 500원가 량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단계적 정상화 가능성이 크며, 특히 6월 지방선거 이전에는 종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 속에서 서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가격 통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소비를 오히려 늘리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고, 기름 사용량이 많을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세금이 자가용 이용자를 지원하는 ‘역진적’ 분배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융합에너지학과 교수는 “최고가격제를 갑자기 폐지할 경우 리터당 500원가량 가격이 오를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큰 폭의 인상을 체감하게 되는 만큼 정부가 즉각 종료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4주에서 6주에 걸쳐 연착륙을 유도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석유가격제가 기름 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은 뼈아픈 것으로 청와대에서 결단을 해야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면서도 “다만 지방선거 이후로 늦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 에너지 바우처, 유류 쿠폰 등 맞춤형 지원을 해야한다”면서 “이것도 설계를 잘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한국에너지재단 이사는 “솔직히 석유최고가격제는 세금 갖고 돌려막기하는 것”이라며 “원가를 가격에 반영하고 사용량에 따라 부담하는 체계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인상과 정유사 경영까지 억제하면서 뒤로는 다른 곳으로 가야할 세금을 퍼붓는 것”이라며 “이것을 위기가 올때마다 무한반복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단계적 가격 정상화가 필요하다”면서 “일단 시작했으니 정부가 상정한 가격을 한 번에 폐지하기 보다는 일정 기간을 두고 상한선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거나 보조금 지급을 축소하면서 수요관리정책을 병행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최고가격제를 도입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아예 안했다면 모를까, 버틸 수 있을때까지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석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제도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그 시점에서는 신속한 종료가 필요하다”며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의 공정성 문제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고유가 상황에서는 가격을 억누르기보다 소비를 줄이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며 “최고가격제는 오히려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고, 환율 등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위기가 3~4개월 안에 끝난다는 가정 하에 최소 그 기간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가격을 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0원을 넘어설 경우 소비자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 간에는 각각 비용과 부작용이 존재한다”며 “일정 부분 보편적 지원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신에 세금을 잘 걷어야 한다”면서 “고소득층 역시 세금을 많이 부담하고 있는 만큼 단순히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는 접근도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선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왜곡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