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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보면, 옆자리에 외국인이 앉아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스킨 부스터 혹은 레이저 시술 한 번을 위해 서울까지 날아오는 시대다. ‘K-뷰티’ 열풍이 화장품을 넘어 미용 시술과 의료기기 분야로 확산되면서, 이 흐름을 가장 먼저 포착한 글로벌 자본의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K-미용’ 의료기기는 고강도 집속 초음파(HIFU)와 고주파(RF) 같은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Energy-Based Device, EBD)와 필러·보톨리늄 톡신·스킨 부스터 등 미용 주사제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화장품을 비롯해 기술이 가미되면서, 해당 시장이 헬스케어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성장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자리한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안티에이징 수요 확대가 기본 토대다. 수술 없이 자연스러운 결과를 원하는 비침습 시술 선호 경향도 뚜렷하다. 비만 치료제 대중화 이후 리프팅·보톡스 수요도 새롭게 창출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의료 관광 확대까지 더해진다.
특히 투자자가 주목하는 것은 수익 구조다. EBD는 초기 장비 판매 이후 시술 때마다 소모되는 팁과 카트리지가 고마진의 반복 매출을 창출하는 이른바 ‘면도기-면도날’ 모델이다. 이 분야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30~40%대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킨 부스터 역시 글로벌 시장 침투율이 약 11%로 성장 여력이 크다. 향후 연평균 13% 이상의 성장이 전망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은 굵직한 딜 성과로 이어졌다. 2022년 베인캐피탈의 클래시스 인수(6700억원)를 시작으로 대형 딜이 잇따랐다. 2023년 한앤컴퍼니는 루트로닉을 총 9645억원에 인수한 뒤, 글로벌 레이저 1위 기업 사이노슈어(3500억원)를 추가로 사들이며 해외 유통망을 단번에 확보했다. 2024년에는 프랑스 사모펀드(PE) 아키메드가 제이시스메디칼을 총 9116억원에 인수했고, CVC캐피탈은 파마리서치에 2000억원을 투자했다.
최근 흐름도 비슷하다. 2025년 VIG파트너스의 비올 인수(2538억원), 중국 에스테틱 기업 아이메이커의 리젠바이오텍 인수(2800억원), 녹십자웰빙의 이니바이오 지분 취득(400억원)이 잇달았다. 주사제 분야에서도 CBC그룹·GS그룹 컨소시엄이 휴젤 지분 47%를 약 1조7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규모가 큰 PE라면 대부분 국내 미용 의료기기 회사와 접촉한 셈이다.
글로벌 자본이 한국 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미 단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급자를 넘어 독자 브랜드와 고유 기술을 보유한 제조사로 자리 잡았다. 비올(수출 비중 91.6%), 원텍(70.1%), 클래시스(66.0%), 휴젤(60.8%) 등은 이미 매출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창출한다. K-미용 기업들은 글로벌 선도 브랜드와 유사한 시술 효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데다, 표준화된 시술 교육 프로그램과 뷰티 브랜드 가치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과제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CE 의료기기규정(MDR),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등 시장별 글로벌 인증 확보와 임상 데이터 축적이 여전히 진입 장벽으로 남아 있다. 특정 국가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현지 규제 변화 리스크에도 노출된다.
K-미용 의료기기는 구조적 매력도가 높은 분야다. 고령화·비침습 선호·비만 치료 보완 수요라는 글로벌 트렌드, 검증된 기술력과 브랜드, 소모품 기반의 안정적 수익 구조가 삼박자를 이룬다. 다만 ‘한국 화장품이라면 다 된다’는 논리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기술력, 임상 역량, 해외 시장 매력도가 있는 기업이 앞으로의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인공이 될 것이다.
홍준혁 삼일PwC M&A센터 파트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