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관 모집광고’에 웬 빅벤?…영국 “동맹감시” 음모론까지[1일1트]

빅벤 배경에 “미국의 눈과 귀” 표현…외교적 함의 논쟁
英 외교가 “미국이 우리를 주시한다는 신호일 수도”
美 국무부 “동맹 관계 훼손 해석은 음모론” 일축
외교관 선발·교육 개편 맞물려 ‘이념화’ 우려 부상
전쟁·글로벌 긴장 속 외교 메시지 민감도 확대

 

미국 국무부가 외교관 모집 광고에 영국 런던의 상징인 빅벤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외교적 파장을 낳고 있다.[가디언]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국무부가 외교관 모집 광고에 영국 런던의 상징인 빅벤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외교적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미국의 눈과 귀가 되라”는 표현이 동맹국 감시를 연상시킨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영국 외교가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최근 외교관 채용 홍보 게시물에서 흐릿한 빅벤 이미지 위에 성조기를 덧씌운 시각물을 사용하며 지원자들에게 “강대국 경쟁 속에서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해당 메시지에 ‘미국의 눈과 귀’라는 표현이 포함되면서 외교적 역할을 넘어 정보 수집 기능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영국 외교가에서는 즉각 반응이 나왔다. 한 전직 영국 외교관은 “국무부 광고라기보다 정보기관 요원 모집처럼 들린다”며 “미국이 영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표현의 자유 문제 등을 둘러싸고 최근 미국이 영국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이미지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런던이 외교관 지망생들에게 인기 있는 근무지인 만큼 상징적인 도시 이미지를 활용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한 영국 외교관은 “에펠탑이나 크렘린궁처럼 단순히 ‘외국’을 상징하는 이미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UPI]

미국 측은 논란을 일축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외교관은 해외에서 미국을 대표하고 주재국과 소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며 “이번 광고가 영국과의 관계 악화를 시사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음모론”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영국과의 오랜 동맹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미국 외교 정책 기조 변화와 맞물려 더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관 선발 및 교육 과정을 전면 개편하면서 ‘미국 우선주의’ 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새 선발 기준에서는 다양성 관련 항목이 제외됐고, 교육 과정에서도 정책 충성도와 국가 이익 중심 접근이 강화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 외교관협회 등은 외교관 선발과 교육이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일부 전직 외교관들은 “외교관이 정보를 수집하는 ‘눈과 귀’로 규정되는 것은 전통적인 외교 역할과 거리가 있다”며 외교 기능의 본질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외교 메시지의 민감성도 커지고 있다. 이란 전쟁 등 글로벌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맹국 간 신뢰와 협력이 중요해진 시점에서 이번 광고 논란은 미국 외교의 방향성을 둘러싼 논쟁을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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