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뒤집었다…중국 전기차, 도요타 제치고 신흥국 싹쓸이

중남미·아프리카·아시아 판매 79% 급증
연료비 부담 커지자 비용절감 대안 부상
기업 도입 확대…가격경쟁도 수요 견인

 

코스타리카에서는 올해 1분기 신차 판매 중 전기차가 18%를 차지했다.[NYT]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 전쟁 여파로 글로벌 유가가 급등하면서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전기차가 ‘친환경’ 수단을 넘어 ‘비용 절감형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스타리카에서 대표적으로 전기차 확산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수도 산호세에서 태평양 연안까지 충전 없이 왕복이 가능한 주행 환경과 세제 혜택이 맞물리면서 보급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관광지 인근에서는 중국산 전기차들이 충전기에 연결된 채 주차된 모습이 일상적으로 목격된다고 NYT는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주요 지역의 전기차 판매는 3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4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절대 시장 규모는 선진국보다 작지만 성장 속도는 훨씬 빠르다.

코스타리카 최대 자동차 유통업체인 그루포 퍼디의 최고경영자는 전기차 전환을 두고 “말에서 자동차로 넘어갔던 이후 가장 큰 변화일 것”이라고 평가했다.[NYT]

코스타리카의 경우 올해 1분기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18%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대비 약 3배 수준이다. 현지 소비자들은 전기차 선택 이유로 환경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전기차 협회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70%가 경제성을 주요 이유로 지목했다. 유가 상승으로 내연기관 차량 유지비가 크게 늘어난 점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정부 정책 역시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코스타리카를 비롯해 에티오피아, 우루과이 등은 수입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외환 유출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전기차 보급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특히 코스타리카는 전력의 대부분을 수력 발전으로 충당하는 구조여서 전기차 확대가 곧 에너지 자립 강화로 이어진다는 평가다.

시장 재편의 핵심은 중국 업체들이다. 일본 도요타가 여전히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 브랜드는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며 시장을 잠식하는 모습이다. 현지 유통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포함한 중국산 차량은 이미 전체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BYD의 중형 전기 세단 ‘씰’ [BYD ]

대표적으로 BYD, 지리, MG 등은 2만달러 이하의 저가 모델을 앞세워 빠르게 소비층을 확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출시 속도에서도 우위를 보인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매년 새로운 모델을 쏟아내며 시장 판도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며 “가격과 공급 속도 모두 기존 업체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코스타리카 최대 자동차 유통업체 그루포 퍼디 최고경영자도 전기차 전환을 두고 “말에서 자동차로 넘어간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트렌드를 넘어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격 경쟁 심화는 수요 확대를 이끄는 동시에 시장 변동성도 키우고 있다. 현지 판매업체들은 가격 인하 속도가 빨라 재고 관리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한 판매업체 관계자는 “차량을 제때 판매하지 못하면 가격 하락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장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식료품 체인 오토 메르카도는 전기 밴으로 전환하면서 온라인 배송 비용을 5~10% 절감했다.[NYT]

기업 부문에서도 전기차 도입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코스타리카의 식료품 체인 오토 메르카도는 전기 밴 도입 이후 온라인 배송 비용을 5~10% 절감했다. 운영 효율성이 개선된 데다 소음 감소로 서비스 만족도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대중교통 분야 역시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한 민간 버스 회사는 보유 중인 60대 버스를 전기버스로 교체하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은 높지만 연료비와 유지비 절감으로 충분히 상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전기버스는 한 번 충전으로 하루 운행이 가능하고 소음과 진동이 적어 이용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다만 충전 인프라와 전력 수급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충전기 규격과 소프트웨어 호환성 문제로 충전이 원활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특정 브랜드에 맞춰진 충전 설비로 활용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수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가뭄 등 기후 변수에 따른 전력 공급 불안도 리스크로 지적된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