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볼모 잡은 ‘법 위의 투쟁’…삼성바이오 노조, ‘2차 파업’ 압박

8일 노사정 면담 ‘빈손’ 종료…신뢰 파탄 속 당분간 비공개
사측, 법원 결정 어긴 집행부 고소…“바이오 공정 마비 행위 엄단”
매출 1500억 증발에 목표주가 ‘하향’…일반 주주 피해 전가 우려


4일 오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인근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모습. 인천=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9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의 파업이 시작된 후 12일째에 접어들었다. 전날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로 열린 노사정 3자 면담은 구체적인 안건 도출 없이 “대화를 지속하되 비공개로 전환하겠다”는 결론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사측은 법원의 쟁의 금지 명령까지 어겨가며 필수 공정을 멈춰 세우려 한 노조 집행부를 형사고발하며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고, 노조는 2차 파업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기업 가치를 파괴하고 있다는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법원 판결도 무시한 파업 강행…사측, 집행부 6명 형사고소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박재성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 지부장과 노조 집행부 등 총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인천연수경찰서에 형사고소했다. 사측은 이들이 법원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결정을 위반하고, 바이오 의약품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한 필수 공정까지 멈춰 세웠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인천지법은 농축, 원액 충전 등 ‘제품의 변질·부패 방지를 위한 작업’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금지했다. 바이오 산업 특성상 공정이 한 번 중단되면 막대한 원료가 폐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조 집행부가 지난달 27일 발송한 ‘파업지침절차서’를 통해 사측이 연차를 승인하지 않더라도 파업에 참여할 것을 고지했고, 이에 따라 필수 공정 담당 직원 중 30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사측은 이를 경영권 및 시설 관리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자 범죄 행위로 규정했다. 회사는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를 지키고 주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정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행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심리적 위축을 위해 쟁송을 남발한다”며 무리한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법 38조 2항은 노동조합의 의무이고, 그것을 어떻게 지킬지는 노조의 지침에 따라 수행이 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화는 ‘명분 쌓기’?…시작 전부터 “2차 파업” 운운한 노조


갈등의 본질은 노조의 태도에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앞서 박 지부장은 부분 파업 및 1차 파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해외 휴가로 자리를 비워 노조 내부에서조차 비판받은 바 있다. 특히 노조는 최근 인사팀 상무와의 통화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해 사측으로부터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라는 항의를 받아 1대1 미팅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노조는 8일 노사정 대화를 앞두고 2차 파업을 언급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이는 협상이 아닌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답정너’ 식 행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노조는 14.3%의 기본급 인상과 350만 원의 정액 인상 등 실질 인상률 21.3%에 달하는 과도한 임금안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인사권과 채용권에 대한 노조의 공동 의결권까지 요구하며 기업의 본질적인 경영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전부터 2차 파업을 예고하는 행태는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며 “진정성 없는 기싸움은 시장의 혼란만 야기할 뿐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매출 1500억 증발에 목표주가 ‘하향’…일반 주주 피해 전가 우려


파업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타격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증권가는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액이 약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연초 대비 12%, 지난 1월 고점 대비 24% 하락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삼성증권은 지난달 말 목표주가를 기존 22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키움증권 등도 파업 여파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를 표명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신뢰가 핵심인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모델에서 ‘공정 안정성’이 흔들리는 것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행위다. 노사가 비공개 대화로 전환했으나, 법적 공방과 협상 태도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해 사태 해결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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