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입니다” 믿었다 날벼락…피싱범죄 은행 번호로 둔갑했다 [세상&]

금융기관 대표번호로 발신번호 변작
미끼문자 5억8000만건 발송
39명 검거·5명 구속, 89억 추징보전

국내 발신 미끼 문자 사진의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금융기관 대표번호로 발신 번호를 조작해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하도록 한 통신업체 관계자와 수억건의 ‘미끼 문자’를 뿌린 문자 발송 업체 운영자가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금융기관 대표번호로 발신 번호를 변작한 통신업체 관계자와 보이스피싱용 문자 발송업체 운영자 등 39명을 검거하고 이 중 5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구속 피의자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통신망 관리 권한을 넘긴 혐의를 받는 A사 관리자 C씨는 49세 남성이며 나머지 구속 피의자들도 27세·38세·41세·43세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통신업체 A사 관리자 C씨는 피싱 조직에 통신망 관리 계정과 접속 권한을 넘겨준 혐의를 받는다. 피싱 조직은 해당 통신망에 원격 접속해 금융기관 대표번호로 발신 번호를 조작한 뒤 대출 광고와 카드 발급 안내 음성 전화를 대량 발송했다.

실제 피해자들의 휴대전화에는 은행 대표번호가 그대로 표시됐고 이를 믿고 전화를 받았다가 보이스피싱 피해로 이어졌다. 경찰은 A사를 통해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18만건의 금융기관 사칭 음성광고가 발송된 것으로 파악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41명, 피해 금액은 94억원 상당이다.

피싱 조직은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져 저금리 대환 및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카드 발급이 완료됐다”는 식의 자동응답 음성으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상담 연결을 명목으로 개인정보와 금융정보를 빼내는 수법을 사용했다.

피의자가 피싱 범죄 조직원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또한 카드 결제 사칭, 구인·구직 사칭 등 ‘미끼 문자’를 대량 발송한 문자 업체 18곳도 함께 적발했다. 이들 업체는 올해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약 5억8000만건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했고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86억원 상당이다.

문자 업체 대표 D씨는 피싱 조직이 범죄에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발송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캄보디아 체류 중 체포영장과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에도 현지에서 문자 발송 사이트를 계속 운영했고 이후 귀국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계좌추적과 통화 내역 분석을 통해 관련 업체 19곳을 특정했고 총 62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해 발신 번호 변작 기록·문자 발송 내역·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을 확보했다. 피의자들이 챙긴 범죄수익 89억2000만원에 대해서는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경찰 측은 “A회사는 자체 회선 보유하지 않고 메이저 통신사 회선 빌려 인터넷 번호 개통을 하는 별정통신사”라며 “현재 발신 번호 변작과 관련한 공범들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 전달책이 아니라 피싱 범죄의 ‘출발점’을 직접 차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융기관 대표번호로 전화가 오더라도 바로 응답하기보다 반드시 해당 기관 공식 대표번호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며 “불법 문자 발송 공급망과 관련 업자들에 대한 추적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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