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위험 차주 선별 실패 땐 건전성 부메랑
과도한 관치, 신용사회 근간 흔들 수도
대안신용평가·AI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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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 “포용금융 확대가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을 경영 리스크 요인으로 공시하면서 금융권 안팎이 술렁였다. 정부가 저소득층과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확대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연체율 상승과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것이다. ‘포용금융’ 관련 문구가 시장 부담 요인으로 공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시장에선 금융사들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포용금융 정책에 따른 우려를 사실상 우회해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사들은 지난 15일 오후 늦게 공동 입장문까지 내면서 “글로벌 공시 기준에 따라 잠재 리스크를 폭넓게 반영했을 뿐이며, 역대 정부 정책 관련 위험 역시 동일하게 공시해왔다”고 진화에 나섰다.
▶“포용금융, 단순대출 확대로 접근 안 돼”=포용금융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에선 금융사의 공적 역할과 수익성 사이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지를 둘러싼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본지가 금융·정책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포용금융을 둘러싼 논란을 심층 진단한 결과, 이들은 “단순히 중·저신용자 대출을 얼마나 더 늘릴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논란 역시 담보와 과거 금융이력 중심으로 굳어진 한국 금융 시스템이 자산은 부족하지만 실제 상환 능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간위험 차주’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서 나타난 구조적 문제라는 진단이다. 금융 접근성 확대를 요구하는 정부와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금융권 사이에서 포용금융을 뒷받침할 신용평가 체계가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향후 포용금융의 성패는 단순 대출 확대가 아니라 중간위험 차주를 얼마나 정교하게 선별·관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AI와 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 체계를 고도화하되 손실분담과 사후관리까지 포함한 정교한 금융 인프라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중간위험 차주 선별이 핵심”=강경훈 동국대 교수는 현행 신용평가 체계에 대해 “부동산 담보와 과거 연체 이력 등 자산과 결과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구조가 청년층과 소상공인처럼 자산은 부족하지만 실제 상환 능력이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계층을 금융 시스템 밖으로 밀어내는 ‘비자발적 금융 배제’를 낳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강 교수는 “현 신용평가체계를 ‘금융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책임이 전혀 없다고도 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금융 접근성 부족이 혁신 인력과 창업 주체들의 인적 자본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국가 전체의 총요소생산성(TFP)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기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회장은 포용금융이 단순 취약계층 지원이 아니라 ‘중간위험 차주’를 금융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포용금융은 부실을 감수하고 대출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며 “은행이 중간위험을 더 잘 선별하고 가격화하며 사후관리하도록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재 금융권이 놓치고 있는 대표적인 중간위험 차주에 자영업자를 꼽기도 했다. 그는 “자영업자나 소기업의 경우 거래처의 안정성, 지역 상권에서의 영업 기반, 장기 거래 과정에서 확인된 상환 태도와 신뢰도도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이런 정보는 표준화된 신용점수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며 “신용평가의 목적은 배제가 아니라 위험의 정확한 구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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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 딜레마…‘묻지마 확대’ 경고=포용금융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데만 집착할 경우 금융권이 우려하는 건전성 악화 역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간위험 차주 선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정책 목표가 단순 자금 공급 규모 확대에 맞춰질 경우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부담 확대, 자본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단순 공급 경쟁으로 흐를 경우 시장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용기 회장은 정부가 은행에 ‘중신용자 대출을 몇 퍼센트 늘리라’고 단순 할당하는 방식은 정책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은행이 숫자 맞추기식 대응에 그치거나 보증상품을 기계적으로 취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포용금융이 일반 고객의 금리를 올려 중·저신용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역차별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 같은 왜곡이 장기화할 경우 은행들이 손실 부담을 메우기 위해 고신용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전반적인 대출 문턱 자체를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신용도와 관계없이 낮은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접근은 오랫동안 쌓아온 ‘신용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과도한 관치는 결국 전반적인 신용도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 고속도로 구축 필요”=전문가들은 포용금융이 지속 가능하려면 비용과 책임을 명확히 나누는 구조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용기 회장은 “보증기관은 일정 부분 손실을 분담하되 은행 역시 남은 위험을 일부 보유하는 방식을 갖춰야 실제 심사와 사후관리 책임이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정책금융이나 보증에 의존해 대출 규모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축적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대안신용평가 역시 단순히 비금융 데이터를 많이 활용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존 신용평가가 놓쳤던 영역을 얼마나 정교하게 보완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또 AI 기반 대안신용평가가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설명 불가능한 알고리즘이나 불투명한 평가 체계가 특정 계층을 다시 배제하는 새로운 차별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 역시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강경훈 교수는 “부동산 담보 대신 매일 발생하는 결제 데이터와 현금흐름을 실시간 분석해 담보 없이도 상환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현금흐름 기반 언더라이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거래 데이터와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대안 신용정보 플랫폼 등을 하나로 이으면서 개인정보보호 원칙도 훼손하지 않는 정보 고속도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