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이민진, 예일대 졸업식 연설…환호·야유 터져나왔다

[예일대]


카이로스(Kairos), 신이 지정한 운명의 시간입니다. 우리 삶은 무수한 카이로스로 채워져 있습니다.

‘파친코’ 이민진 작가, 2026년 예일대 졸업연설 中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가 예일대 졸업식 연설에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사회문제들을 꼬집었다.

이민진 작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예일대에서 진행된 졸업식 축사에서 “세상은 여러분을 ‘불안의 세대(Anxious Generation)’라 부른다”며 “그 꼬리표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 봤다. 제 생각에 여러분은 마땅히 분노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졸업생들의 눈앞에 닥친 사회적 문제들을 열거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 끔찍한 전쟁들, 학교 총기 난사, 산불, 기후 변화, 인플레이션, 투표권 축소, 인공지능(AI), 클립 경제와 관심 경제, 거대 기술 플랫폼의 질적 저하,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등을 꼽으며 “국가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만연해진 상호 불신에다 이젠 한타바이러스라니 진짜 환장할 노릇”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이 작가의 발언에 환호하면서 잘못된 현실에 대해선 야유를 보냈다.

이 작가는 내 집 마련의 어려움, 신자유주의와 권위주의의 득세, 이민세관집행국(ICE), 도지코인, 의료 불평등, 실업과 불완전 고용의 공포, 정부 부패, 과학 연구 예산의 대폭 삭감, 지역 뉴스와 전통 미디어의 몰락 등을 꼽으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 실패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은 항상 경계하도록, 아니 극도로 긴장하도록 강요받아 왔다”며 “그렇기에 여러분은 시대에 훌륭하게 적응해 낸 세대로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최근 유명인들의 각 대학 졸업식 연설에선 AI 확산 등이 언급되며 학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장면들이 나왔었다. 이 작가는 졸업생들을 지지하며 그들의 마음을 달랜 것으로도 풀이된다.

7세에 이민…‘죽인다’ 살해협박, 인종차별 경험도


[게티이미지]


이 작가는 이날 자신의 예일대 시절 경험 등을 전하며 약 1시간 가량 연설을 이어갔다.

미국 건국 200주년이었던 1976년, 7세의 나이로 미국에 이민을 온 그는 1986년 예일대에 입학했다. 부모님은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 5평 남짓한 조그만 가게에서 장신구를 파는 도매상을 했다.

2학년때 역사를 전공하기로 결심한 그는 한국에 대해 배우고 싶었지만 한국과 관련한 정규 수업이 없었다. 그는 ‘한국학 태스크포스’를 조직해 동아시아 학과장에게 수업 개설을 요청했고 동기들과 부모님에게도 학교 측에 수업 개설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도록 호소했다. 결국 1990년 한국어 수업이 개설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인종차별도 경험해야 했다. 일본사 전공의 백인 교수가 한국사 수업을 맡았고 한국인 학생 대다수에게 낮은 점수를 줬다. 그는 학보사에 이를 고발했지만 살해 협박까지 받을 정도로 차별은 심했다.

그는 “‘편집증 환자’라거나 ‘정치적 올바름에 갇힌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는 동기들도 있었고, 심지어 살해 협박 편지까지 받았다”며, 4학년때 ‘영어실력이 부족하니 보충수업이나 들어라’라면서 논문에 C를 준 교수에게 “‘교수님이 읽을 줄 모른다’고 단호히 말하고 수업을 미련없이 버렸다”고 했다.

“시간은 여러분의 친구”


[예일대]


졸업생들에겐 이같은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게 해 준 자신만의 원칙을 제시하며 “긴급한 것보다 중요한 것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측정 가능하고 계획된 ‘크로노스’(chronos)보다 기회이자 운명의 시간인 ‘카이로스’(kairos)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라고 했다.

이 작가는 “시간은 여러분의 적이 아니라 여러분의 친구”라며 “모든 꿈은 현실이 되면서 복잡해지고 불확실해지기 마련이다. 그때가 바로 눈을 크게 뜨고 현실과 정직하게 부딪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민진 작가는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파친코’의 저자로, ‘파친코’는 전미도서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고 뉴욕 타임스 선정 ‘10대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애플TV 드라마로도 제작됐으며 배우 윤여정, 이민호 등이 출연했다.

이 작가는 세 번째 소설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을 집필 중이다. 그는 이 소설을 끝으로 ‘한국인들’(The Koreans) 3부작을 완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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