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남편 임종 앞두자 12억 빼돌린 60대 아내…사기죄 ‘유죄’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수술을 받은 뒤 의식 저하로 생명이 위독해진 재혼 남편의 계좌에서 12억 원 상당을 인출하거나 이체한 60대 아내가 사기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2부(박건창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A씨는 2018년 7월 B씨(2021년 11월 사망)와 동거를 시작한 뒤 2021년 2월 혼인신고를 했다. B씨는 당시 전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으며, 오랜 기간 신장 투석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는 낙상사고로 수술을 받은 뒤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같은해 10월 의식 저하 상태에 빠졌다. A씨의 범행은 남편이 중환자실에 입원한 직후 시작됐다.

A씨는 남편이 중환자실에 들어가자 남편 계좌에서 1억원을 수표로 인출하고 2억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 날에는 4억원을 추가로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는데, 이날은 의료진으로부터 남편이 임종 과정에 있다는 설명을 들은 날이었다.

A씨는 이후 남편이 숨지기 전까지 약 5억원을 추가로 자신이 관리하던 남편 명의 또 다른 계좌로 이체했으며, 남편이 보유한 3억원 상당 주식을 매도해 예수금을 이체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에서 “출금과 이체는 남편의 생전 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그 액수는 피고인의 상속재산 범위 내이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망인이 피고인에게 상속 지분 상당의 재산을 증여하기로 약속했거나 재산 처분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며 “오히려 망인은 사건 발생 1년 전 피고인의 예금 인출 행위를 엄격히 통제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남편의 생명이 위중한 상태임을 인지한 직후부터 5일 동안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급박하게 인출하거나 이체했다”며 “이는 정당한 권한 없이 재산을 사실상 자신의 명의로 돌리려 한 행위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속은 사망 이후 개시되는 것으로, 다른 상속인들과의 협의 및 생전 증여 여부 등을 종합해 지분이 확정되는 만큼 남편 사망 전에 자신이 생각하는 상속분을 미리 취득할 정당한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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