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된 상점가서 ‘사카이 칼’ 연마
호텔 일식당 하나고요미 초밥 클래스
난바의 미디어 아트 공간 미라클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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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의 ‘키친 스트리트’. 김명상 기자 |
‘천하의 부엌’으로 불리는 오사카의 매력은 분명 식도락에 있다. 하지만 여행의 깊이는 ‘경험’에서 갈린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분주한 인파 속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면 비로소 이 도시의 진짜 숨결이 보인다. 장인의 손끝을 따라가고, 셰프의 기술을 눈앞에서 배우고, 새로운 감각의 공간에 들어서자 입체적 경험이 여행자의 온몸에 각인됐다. 그 강렬한 감각의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사카라는 도시를 더욱 또렷하게 불러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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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전문점 ‘사카이 이치몬지 미츠히데’의 외국인 장인. 김명상 기자 |
칼 한 자루에 ‘장인의 혼’ 담았다
오사카 도심에서 독특한 거리 중 하나는 키친 스트리트다. 오사카 중심부 미나미 지역 난바역 인근에 있는 센니치마에 도구야스지 상점가는 요리사와 전문가들이 주방용품을 구하러 오는 130년 역사의 도매 거리다. 약 150m 남짓한 구간에 수십 개의 주방 관련 전문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이곳에 자리한 ‘사카이 이치몬지 미츠히데’는 1953년부터 이어져 온 칼 전문점이다. 읽기도 어려울 만큼 긴 이름이지만, 일본은 물론 전 세계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 일부러 찾아와 자신만의 칼을 맞출 정도로 인정받는 곳이다.
상호의 ‘사카이’는 난바에서 차로 약 20분 떨어진 도시로, 600년 전통의 칼 생산지다. 에도 시대에는 담뱃잎을 정밀하게 썰어내는 기술로 막부의 독점 지정을 받을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고, 그 기술은 그대로 주방용 칼로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칼날 연마와 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단순한 관광 프로그램을 넘어 칼의 장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일본 칼에 대한 다양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내부로 입장하자 안내를 맡은 호주 출신의 외국인 장인은 “왜 일본 칼이 이렇게 예리한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키레아지’라는 개념을 꺼냈다. 글자 그대로 풀면 ‘베는 맛’을 의미하지만, 실제 의미는 더 깊다. 칼 자체의 무게와 가벼운 당김만으로도 표면을 미끄러지듯 파고드는 서늘한 감각과 예리함을 유지하는 지속성, 장시간 작업해도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 안정성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날카롭다는 것과 잘 썰린다는 것은 다릅니다. 저희는 날카로운 칼이 아니라 잘 썰리는 칼을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체험은 연마 시연으로 시작된다. “아무리 비싼 돈을 들여 칼을 샀다고 해도, 날이 무뎌지면 가치 없는 칼이 됩니다. 반대로 저렴한 칼이라도 평소에 연마를 잘해두면 훌륭한 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칼을 연마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세다. 오른손으로는 칼날을 잡고, 왼손의 엄지와 손가락으로 칼을 안정적으로 받치면서 손목의 각도를 비스듬히 고정해 숫돌에 갈아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하다 보면 저절로 몰입하게 되고, 어느새 칼날은 예리한 빛을 내뿜는다.
열쇠고리 각인 체험도 흥미롭다. 일본에서 칼에 이름이나 문구를 새기는 전통은 분실 방지를 넘어 품질 보증과 자부심을 의미한다. 장인은 각인 후에는 칼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서약이 깃든 물건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칼에 각인한다는 것은 장인의 혼을 새기는 것입니다. 그 칼에 대해 50년, 60년을 넘어 평생에 걸쳐 품질을 보증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죠.”
눈을 크게 뜨고 두드려도 마음처럼 유려한 글씨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장인의 망치가 정 위에서 춤을 추자 볼펜으로 쓴 듯한 아름다운 서체가 새겨졌다. 붓으로 써 내려갔다고 해도 믿을 만큼 정교한 솜씨다.
감탄하던 한 수강생이 “처음부터 선생님께 맡길 걸 그랬습니다”라고 농담하자 공감 어린 웃음이 터졌다. 칼 한 자루에 쌓인 무수한 시간과 그 길을 묵묵히 걷는 이들의 뒷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깊은 울림을 준다. ‘평생 품질을 책임진다’는 장인 정신은 그들이 만든 칼날보다 더 예리하고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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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밥 쥐는 법을 알려주는 ‘하나고요미’의 셰프. 김명상 기자 |
일류에게 배운다…초밥에 담긴 셰프의 시간
“너무 눌러서 떡이 되어 버렸네요. 좀 더 섬세하게 밥을 쥐어야 합니다.”
스위소텔 난카이 오사카 안의 일식 레스토랑 ‘하나고요미’에서 진행되는 초밥 만들기 클래스. 각종 재료 너머 인자한 미소를 띤 셰프는 눈을 빛내는 참가자를 향해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초밥은 화려한 기술보다 손끝의 균형과 반복에서 완성되며, 타이밍도 그만큼 중요하다.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밥을 너무 많이 집는 것입니다. 그리고 체온이 오래 전달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적당량의 밥알을 뭉쳐야 합니다.”
셰프의 시범에선 초밥이 몇 번의 빠른 손동작으로 완성된다. 느린 동작으로 몇 번이고 시범을 보여주지만, 쉽지 않다. 참가자들의 표정은 점점 진지해진다. 단순한 요리 체험이 아니라 감각을 익히는 과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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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고요미’의 초밥. [스위소텔 난카이 오사카 제공] |
“오른손 검지를 생선 위에 일직선으로 부드럽게 대 중심을 잡으세요. 밥알과 생선이 떨어지지 않게 가볍게 쥐어짜듯 압력을 가하는 것이 중요해요.”
압력이 너무 강하면 식감이 죽고, 너무 느슨하면 모양이 흐트러진다. 밥알 사이에 적당한 공기층을 살려야 입안에서 부드럽게 풀어지는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다는 설명에 참가자들의 손끝에 긴장감마저 서린다.
김말이 초밥인 ‘마키즈시’ 역시 만들기가 만만치 않다. 김 위에 밥을 깔고 속 재료를 얹은 뒤 앞으로 굴려 모양을 잡아야 하는데, 익숙지 않은 손놀림에 옆구리가 터지거나 모양이 찌그러지기 일쑤다. 한 참가자가 ‘망한’ 김밥을 내놓았지만 셰프가 꾹꾹 누르자 정갈한 형태로 바뀌었다. 이를 본 수강생이 “셰프님이 초밥에 심폐소생술을 해주셨다”며 너스레를 떤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초밥을 맛보는 시간. 모양은 다소 삐뚤빼뚤할지언정 직접 정성을 쏟아 만든 초밥의 맛은 기대 이상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담백함과 부드러운 식감, 여기에 갓 튀겨낸 바삭한 튀김이 곁들여지니 입안이 풍요로워진다.
일류 호텔 셰프에게 배우면서 맛보는 초밥 클래스는 5인 이상의 그룹이 스위소텔 난카이 오사카 측에 사전 요청할 경우 진행이 가능하다. 호텔 측은 향후 정규 클래스로 편성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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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 고래가 유영하는 모습. 김명상 기자 |
시각적 충격 전하는 빛의 공간
맛의 탐색 이후에는 시각의 극치를 경험할 차례다. 난바 중심부에 새롭게 등장한 ‘미라클 월드’는 현실과 디지털이 결합한 몰입형 미디어 아트 공간으로, 더위와 인파를 피해 색다른 경험을 즐기기에 제격인 곳이다. 오사카의 관광·상업 중심지인 도톤보리에서 도보로 닿는 곳에 있지만,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린다.
이곳의 핵심은 ‘감각의 전환’이다.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최첨단 홀로그램, 초고해상도 LED 스크린, 거울 반사 구조가 결합해 공간의 경계를 허문다. 잔잔한 음악 속에서 작품을 조용히 관조하던 기존 미디어 아트가 고즈넉한 정취를 준다면, 미라클 월드는 사이버펑크적 감성으로 일상의 생각을 단숨에 끊어내며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미라클 월드는 총 6개의 테마 구역으로 구성된다. 보석처럼 빛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동물’ 구역을 시작으로, 사계절을 디지털로 구현한 ‘자연’ 구역은 발걸음에 따라 잔물결이 퍼지고 생명체가 움직이는 반응형 연출로 시각적 청량감을 더한다. ‘벚꽃’ 구역에서는 손끝을 움직일 때마다 벚꽃잎이 흩날리듯 피어나고, 보석 이미지를 무한히 증폭시키는 ‘다이아몬드’ 구역을 거쳐, 우주와 바다·하늘을 관통하는 ‘스카이’ 구역으로 가면 몰입감은 정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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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세 포즈로 유명한 오사카 도톤보리의 명물 간판 ‘글리코 사인’. JNTO 제공 |
전시장 내부를 이동하는 동안 사방에서 쏟아지는 날카로운 빛줄기와 리듬감 넘치는 사운드는 마치 세련된 클럽에 온 듯한 흥분을 자아낸다. 몽환적인 꿈속을 걷다 보면 어느새 신나는 비트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감각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용 사진이 완성되는 것 또한 매력적이다. 비단 만세를 하는 ‘글리코맨’ 앞에만 오사카의 에너지가 머무는 게 아님을 증명하는 공간이다.
미라클 월드의 운영 시간은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밤 11시까지, 금·토요일과 공휴일 전날은 새벽 1시까지다. 특히 날씨와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점이 여행자의 든든한 대안이 되어준다.
오사카=김명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