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왜?…선관위, 예산 더 받고 인쇄50%로 줄여 “잠실은 49.3% 미달”

선관위, 투표용지 인쇄 기준 60~70%→50%로 낮춰
잠실 제2투표소, 투표용지 49.3%…기준 미달, 부족 사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2투표소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 조치한 뒤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송되고 있다. 이 투표소에서는 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고, 투표함이 개표소로 옮겨지지 못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지방선거부터 ‘투표용지 최소 50% 인쇄’ 지침을 내려 투표지 부족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이른바 ‘봉쇄 사태’가 벌어진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는 선거인 수 절반 이하인 49.3%의 투표지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투표함이 빠진 잠실7동 제2투표소 내부에서는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투표소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투표용지 박스가 발견됐다.

이 박스 겉면에 적힌 ‘투표용지 인쇄 매수’는 총 1900매였다. ‘박스 1개 중 1개’라고 적혀 있는 만큼, 다른 투표용지 박스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당 투표소의 선거인 수는 3856명으로, 애초에 선거인의 49.3% 분량만 준비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투표소에서는 본투표 종료 전 준비된 투표용지가 모두 소진되면서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일이 발생하게 됐다. 이에 선관위는 선거인명부 대조전표를 받은 유권자에 한해 투표 마감 시각을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연장하는 초유의 일이 벌여졌다.

유례없는 일이 발생하자 일부 유권자 등은 이에 문제를 제기하며 재선거를 요구했고, 여기에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몰리며 이른바 2박3일간의 ‘봉쇄 사태’가 이어졌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존 선거인 수의 60∼70%였던 본투표용 투표용지 최소 인쇄 비율을 50%로 낮췄다. 사전투표율이 높고,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대선·총선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점을 반영한 조치였다.

또 남는 투표용지가 부정선거 주장 단체에 흘러들어갈 가능성이나 예산 낭비 논란 등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선관위는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는 ‘전체 유권자 수의 1.1배’에 달하는 투표용지를 제작하겠다며 예산을 초과해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은 초과해 받아가놓고, 정작 투표용지 인쇄는 절반만 진행한 것으로 더욱 질타를 받고 있다.

한편,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사태가 확산되자 이날 오후 4시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통해서라도 확실한 규명과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관위를 상태로 “투표권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과 직무유기 등 혐의 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취지의 헌법소원 사건이 이날까지 2건 접수됐다. 모두 일반 시민이 접수한 것으로,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적게 준비해 선거권이 침해했다”는 내용이다.

경찰에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가 선거 당일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등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전날에는 6개 단체가 동시 고발에 나섰다.

서민위는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중앙·서울시선관위 간부들에게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 혐의뿐 아니라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 투기감시자본센터·국민연대·정의연대·법치 민주화를 위한 무궁화클럽 등 6개 단체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비슷한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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