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매물가격 9년 만에 최대폭 하락…”현실 직시한 셀러들 가격 낮춘다”

전국 매물 중간가 42만9500달러로 2.4% 하락…계약 체결 주택은 6개월 연속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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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시장에서 판매자(셀러)들이 시장 현실을 반영해 가격을 낮추면서 전국 주택 매물가격이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체결 건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택시장이 급락 국면에 진입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Realtor.com)이 발표한 월간 주택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전국 주택의 리스팅 중간가격(Median Listing Price)은 42만95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큰 연간 하락폭이다. 전국 주택 매물가격은 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 가치를 면적 기준으로 나타내는 스퀘어피트당 중간 가격도 전년 대비 2.5% 하락했다. 이러한 가격 하락은 미국 50대 대도시권 가운데 35개 지역에서 확인됐다.

반면 실제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자(바이어)와 셀러가 계약을 체결한 ‘펜딩 세일(Pending Sales)’은 지난해보다 4.3%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리얼터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이크 크리멜은 “가격 하락과 계약 증가 현상은 모순이 아니다”라며 “매도자들이 시장 반응을 시험하기 위해 높은 가격을 부르는 대신 실제 거래가 가능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시장 상황이 주택시장 붕괴 조짐과는 거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가격 인하를 단행한 매물 비중은 17.5%로 지난해보다 1.6%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매도자들이 처음부터 현실적인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시장 흐름은 지난해 여름과 대조적이다. 당시에는 셀러들이 과거의 높은 가격 기대치를 유지한 반면 바이어들은 시장에서 물러서면서 거래가 위축됐었다. 그러나 올봄 들어 가격이 조정되면서 모기지 금리가 6%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데도 바이어들이 다시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동 지역 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등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구매 수요는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크리멜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의 지역이 오랫동안 바이어 우위 시장으로 이동해 왔으며 현재의 매물가격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시장 활성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신규 매물은 전년 대비 2.1% 증가했으며, 이는 2022년 이후 5월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는 최근의 가격 조정이 시장 침체보다는 수요와 공급이 보다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금리 움직임이 주택시장 회복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황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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