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 ‘5만→570만’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골키퍼…스페인 맹폭 막아낸 40세 축구영웅

‘슈팅 27회’ 온몸으로 막아…SNS 팔로워 ‘570만명’
불혹의 나이, 첫 월드컵 출전한 골기퍼 보지냐
“우리는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스페인 대 카보베르데(Cabo Verde) 경기 중,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냐(Vozinha)가 선방을 펼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무려 27개의 슈팅이 쏟아졌다. 세계 최강 ‘무적함대’ 스페인의 무차별 공세 앞에서도 인구 52만의 아프리카 서쪽 섬나라 카보베르데 대표팀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온몸을 던져 기적 같은 0대0 무승부를 일궈낸 마흔 세의 노장 골키퍼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 무꿇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카보베르데 축구대표팀의 골키퍼 보지냐(40)는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 조국에 역사적인 승점을 안기며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경기 전 5만6000명에 불과했던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경기 이후 570만명을 돌파하며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카보베르데의 골기퍼 보지냐의 SNS 화면 갈무리. 16일 기준 팔로워 수는 570만명으로 늘었다. [SNS 화면 갈무리]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카보베르데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스페인과 0-0으로 비겼다. 축구 변방으로 꼽히는 FIFA 랭킹 67위 카보베르데가 세계 2위의 거함 스페인을 상대로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을 연출한 셈이다. 스페인은 경기 내내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카보베르데는 육탄 방어로 90분간 골문을 굳게 지켜냈다. 그중에서도 카보베르데의 ‘마지막 방패’ 보지냐의 활약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보지냐는 올해 마흔, 불혹의 나이다. 포르투갈 2부 리그 샤베스 소속 선수로, 인생의 황혼기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월드컵 무대는 처음이지만, 그는 2012년 국가대표 데뷔 이래 총 88번의 A매치에 출전하며 카보베르데 역대 최다 출장 2위에 올라 있는 조국의 ‘축구 영웅’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에 따르면, 보지냐는 카보베르데를 비롯해 포르투갈, 몰도바, 앙골라, 키프로스, 슬로바키아 등 다양한 국적의 리그를 전전하며 19년간 200경기 이상을 소화한 베테랑 선수다.

그의 이름에 얽힌 비화도 흥미롭다. 보지냐의 아버지는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호르헤 발다노처럼 아들이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에 ‘발다노’를 넣으려 했지만 당국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 대신 포르투갈어로 ‘작은 목소리’라는 뜻의 ‘보지냐’라는 애칭을 붙였다. 그 이름처럼 묵묵히 변방에서 버텨온 작은 목소리가 마침내 세계 최대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가장 거대한 함성으로 울려 퍼졌다.

1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스페인 대 카보베르데의 경기 중, 스페인의 등번호 7번 페란 토레스(Ferran Torres) 선수가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냐(Vozinha, 1번), 디네이 보르헤스(Diney Borges, 3번), 피코 로페스(Pico Lopes, 4번) 선수를 상대로 슈팅을 날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마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스페인의 날카로운 포격을 온몸으로 튕겨낸 보지냐는 경기 후 그라운드에 무꿇을 꿇고 승리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 집에서 큰 잔치가 열릴 것”이라며 “어머니가 현장에 오시지 못해 슬퍼하셨지만, 이 영광을 카보베르데의 모든 국민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그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 그리고 우리 국민이 무척 자랑스럽고 행복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벅찬 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페드루 브리투 카보베르데 감독 역시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과 조직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브리투 감독은 “스페인이 경기 내내 공을 소유했지만, 점유율이 곧 경기 통제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 세계가 우리나라와 우리 팀을 바라보길 원했고, 오늘 우리는 탄탄한 조직력과 굴하지 않는 용기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끊임없이 어려움을 극복해내는 ‘회복력’이야말로 카보베르데의 참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실점으로 조국에 승점을 안긴 보지냐를 향해 “오늘 단연코 경기장 내 최고의 선수였다”고 치켜세우며 “오랜 기간 대표팀에서 함께한 베테랑 골키퍼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기적 같은 무승부로 조별리그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운 브리투 감독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우리처럼 소위 ‘약체’로 불리는 팀들의 노력에 더 많은 찬사를 보내야 한다”며 “이제는 작은 국가의 대표팀들도 강팀과 대등하게 맞설 자격이 충분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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