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밥 먹으라고 준 돈으로 술·담배…급식카드 전용 심각

국조실·복지부, 결식아동 급식카드 운영실태 조사결과 발표
사용방법 미숙지 등 연간 미사용 충전금 연간 약 171억 원
카드 결제시스템 개선, 부정 사용 주기적으로 점검


[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취약계층 아동의 끼니를 위해 지급된 급식카드가 술·담배 구매는 물론 카페·PC방 등에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해 시설에 맡겨진 이후에도 급식카드를 자신의 식사비로 사용한 사례가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보건복지부와 함께 결식아동 급식카드 운영실태 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아동급식카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한부모 가정 등 18세 미만 취약계층 아동의 결식 예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발급하는 카드다. 지난해 기준 182개 지방정부에서 발급·운영 중이며 약 15만명의 아동이 이용하고 있다. 복지부는 1식에 1만원 이상을 책정하도록 지방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8월 전국 17개 광역시·도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인천·부산·광주를 제외한 13개 시·도에서 급식카드로 술·담배를 구매한 내역이 확인됐다. 일반마트 상당수는 편의점과 같은 결제 차단 시스템이 없어 급식과 무관한 물품 구매가 가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자신의 식당에서 급식비를 허위 결제하거나 마트 업주와 공모해 세제·휴지 등 생활용품을 구매한 사례도 적발됐다.

아동급식 취지에 맞지 않거나 무관한 업종 또는 시간에서의 사용도 확인됐다. 카페에서 약 11억원, 학원·병원·미용실 등 생활시설(약 1억4000만원), 술집(약 700만원), PC방·만화방 등 오락시설(약 500만원) 등에서 총 1억5000만원(0.1%)이 사용됐다.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부실도 드러났다. 일부 지자체는 급식지원 대상 아동을 복지정보시스템인 ‘행복e음’에 등록하지 않은 채 별도 시스템으로 관리했고, 시설 입소나 사망, 졸업 등 자격 변동사항도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동이 보호시설에 입소하거나 사망한 뒤에도 급식카드가 사용된 사례가 발생했다.


반면 충전된 급식비를 사용하지 못해 소멸된 금액은 171억원으로 전체 충전액(2207억원)의 7.8%에 달했다. 사용방법을 잘 모르거나 낙인감 우려 등으로 충전금액의 10%도 사용하지 않은 아동도 4800여명에 이르렀다.

정부는 아동급식카드가 제도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카드사 가맹점 및 결제시스템 개선 제도 ▷아동의 급식목적 외 사용 시 가맹점 제외 ▷행복e음 시스템 등록 의무화 등 급식카드 발급과 자격변동에 대한 관리 강화 ▷카드 사용방법과 미사용 충전액에 관한 안내 강화 등 개선 방안을 지방정부에 권고하고 점검·지원할 방침이다.

김영수 국조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장은 “지방정부가 급식카드 발급에 치우쳐 관리에는 소홀한 부분이 확인됐다”며 “급식카드의 경우 장점도 있지만 도시락이나 반찬 배달 등 급식지원 제도 취지에 보다 부합하는 대안의 검토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수엽 복지부 제1차관은 “아동급식카드의 본래 취지에 맞게 부적절한 품목 결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가맹점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이나 잔액을 몰라 지원금이 방치되지 않도록 사용자 맞춤형 안내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