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시 연준의장 “물가 너무 높아…AI혁명, 야구로 치면 1~2회”

취임후 ECB 포럼 첫 국제무대
인플레 위험 낮아졌지만 고물가 여전
정책 선제 안내·금리 경로 언급 거부
거대한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시사
AI 급성장…생애 최대 경제 격변기
중앙은행 “AI, 금융안정 위협” 경고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중앙은행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ECB 홈페이지]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위험은 완화됐지만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물가안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이 세계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혁명의 초입에 들어섰다면서 금융시장에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시 의장은 1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중앙은행 포럼에 참석해 “최근 4주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졌고 인플레이션 위험도 줄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 국면에 들어서면서 국제유가가 안정됐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도 다소 완화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주변을 둘러보면 물가가 여전히 너무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이 2%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삼는 데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상승이 다시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유가 충격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전반으로 확산하는지 여부”라며 “그것이 인플레이션인지 판단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이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그는 “나를 원칙에서 벗어나게 만들려고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하는 이른바 ‘선제 안내’ 방식은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해서도 “우리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이며 거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시 의장은 또 현재 약 6조7000억달러 규모까지 불어난 연준의 대차대조표도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와 같은 거대한 대차대조표에 이르기까지 18년이 걸렸다”며 “적정 수준으로 줄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통화정책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돼야 하며 시장 전체에 가장 공정하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AI도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워시 의장은 “지금은 우리 생애 각국 경제에 가장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시기”라며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우버 운전사 150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 AI 혁명은 야구로 치면 1~2회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일자리를 없애기보다는 새로운 산업과 직업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주요 중앙은행과 국제기구는 AI가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현재 AI 투자 열풍이 1840년대 영국 철도 투자 붐과 1920년대 자산 버블, 1990년대 닷컴 버블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단기적인 금융시장 하방 위험을 경고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로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I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해도, 기대에 못 미쳐도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며 “어떤 시나리오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이타이 골드스타인 교수는 AI 알고리즘이 가격을 왜곡해 거품과 급락을 초래할 가능성을 지적했고, 토비아스 아드리안 국제통화기금(IMF) 통화·자본시장국장은 AI 기반 대출 심사가 사실상 ‘블랙박스’가 될 수 있어 감독당국의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라 브리든 영국 중앙은행 부총재는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새로운 금융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인터넷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지만 닷컴 버블을 피하지는 못했다”며 AI 투자 역시 과열 이후 조정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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