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할배’는 아직 ‘핫’한 프로그램이다. 여세를 몰아 ‘꽃보다 누나’ 편이 오는 29일부터 방송된다. ‘1박2일’은 시즌1에서는 큰 인기를 얻었지만 시즌2에서는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중년 여배우들의 여행기인 ‘엄마가 있는 풍경-마마도’는 새로움도 부족하고 감동도 떨어져 아직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1박2일’이 기존 멤버 중 차태현, 김종민만 남기고 김주혁 김준호 데프콘 정준영을 새 멤버로 영입해 지난 22~23일 첫 촬영했고, 오는 12월 1일 첫 방송한다.
‘1박2일’은 KBS의 대표 예능브랜드다. 시즌2가 주목도가 떨어진 데는 우선 캐릭터 문제를 들 수 있다. 시즌2에서는 시즌1보다 캐릭터가 훨씬 더 많이 나왔다. 성시경은 ‘성충이’ 등 무려 8개의 캐릭터가 생겼다. 그런데 사람들이 기억하는 ‘1박2일’ 캐릭터는 그보다 더 오래된 ‘허당’(이승기), ‘은초딩’(은지원)이다. 여기에 ‘엄마’ 같은 김C, ‘큰형’ 강호동 캐릭터가 오래 남아 있다. 시즌1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데 반해 시즌2의 캐릭터는 인위적인 느낌이 났다.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야 오래 간다.
시즌3는 멤버가 바뀌는 만큼 새로운 캐릭터와 새로운 감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약간 걱정이 되는 것은 김주혁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예능에서 이미 많이 소비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멤버가 바뀌었다고 해도 ‘1박2일’의 기본틀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체적으로 새롭게 할 수는 없지만 디테일은 새로워야 한다. 시즌2는 여행을 가서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게임하러 여행을 간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게임이 잦았다. 이는 디테일을 새롭게 해주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느낌을 주었다.
‘마마도’는 중년 여배우들의 여행프로그램이라 ‘꽃보다 할배’의 ‘짝퉁’이라는 소리를 듣고 출발했다. 중년 여배우들이 여행을 떠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는 좋은데, 감동이 적다. 물론 큰 감동을 기대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감동이라기보다는 삶의 진솔한 내공을 원한다. 이게 약하니까 캐릭터가 잘 형성되지 않는다. 삶의 지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상적이지도 않다. 수다에 머물러서는 주목을 끌 수 없다. 짐꾼인 이태곤의 역할도 포맷상으로 볼 때 식상하다.
김영옥의 ‘호통’, 김수미의 ‘욕’도 별로 와닿지 않는다. 김영옥은 연기 생활 40년간 볼 수 없었던 원래의 모습을 노출했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약하다. 김영옥은 방송계에서는 최고 어른이다. 강부자보다 4살이나 많다. 이순재급이다.
‘진짜사나이’에서 카리스마가 작렬한 상사 중 이상길 소대장은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는데, 장주미 갑판사관은 긍정과 부정적 반응이 공존했다. 시청자들은 그만큼 예민하다. 방송가의 어른 김영옥을 리얼리티 현장으로 던질 때는 신중해야 한다.
결국 여행버라이어티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사람이다. 여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사람과 환경에서 서로 감정과 정(情)을 나누고 공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1박2일’이 가장 좋았을 때가 강호동, 이승기, 은지원이 지방에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고 일손을 도와주고, 땀을 흘릴 때다. 지방 특산물 홍보도 겸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초기 ‘1박2일’ PD들이 “1박2일은 6시 내고향을 예능화한 것이다”는 말을 했다. ‘1박2일’ 시즌3가 여행의 소소한 감성을 회복해 ‘사람’이 보이고 ‘정’을 나눌 수 있다면 공영방송과 잘 어울리는 예능 프로그램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