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프’작품성·연기력 완벽하게 인정받아…에미상 8관왕[2024 에미상]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재미교포 이성진 감독(41)이 기획하고 연출한 ‘비프(이하 성난 사람들)’가 제75회 에미상 시상식(Emmy Awards)을 휩쓸었다.

‘성난 사람들’은 15일(미국시간)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씨어터에서 열린 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TV 미니시리즈 TV 영화 부문(Limited Or Anthology Series Or Movie) 감독상과 작가상, 작품상, 남우주연상(스티브 연), 여우주연상(중국·베트남계 배우 앨리 윙) 등 5관왕에 올랐다.

프라임타임 에미상이 주로 배우, 감독 등에 시상이 이뤄지는 반면 크리에이티브 아츠 시상식은 기술 등 스태프들에게 주로 수여된다.

‘성난 사람들’은 지난 6~7일 열린 같은 장소에서 사전행사로 진행된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 캐스팅상과 의상상, 편집상까지 수상해 총 8관왕이 됐다.

한국은 지난 2022년 제74회 에미상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프라임타임에서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의 수상을 비롯해 6관왕에 올랐고,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는 4관왕에 오른 바 있다.

‘성난 사람들’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이성진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TV아카데미에 감사하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은행 통장이 마이너스일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다. 1달러를 저금하러 가기도 했다. 여기 서보니 위대한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점을 느낀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난 사람들’은 지난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같은 부문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등 3관왕을 달성한데 이어, 14일 크리틱스초이스상 시상식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 등 4관왕을 휩쓴 바 있다.

할리우드에서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재미교포 이성진 감독이 일상적인 분노를 소재로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원제 ‘BEEP’)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성진 감독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호대기 중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뀐 걸 알아채지 못하자 뒤에 있던 백인 차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고 난폭운전까지 했다”면서 “화를 내 주신 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바 있다.

‘성난 사람들’은 돈을 벌어 한국에 있는 부모를 모셔와야 하지만 사업이 잘 안풀리는 한국계 노동자(도급업자)인 대니 조(스티븐 연 분)가 마트에서 차를 후진하자 강한 크락션을 울리며 손가락 욕까지 하는 흰색 벤츠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운전자인 중국계 이민자 에이미(앨리 웡 분)와 시비가 붙어 도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른바 ‘로드 레이지(Road Rage·도로 위의 분노)’다.

스티브 연, 앨리 윙, 죠셉 리, 데이비드 최, 영 마지노, 에쉴리 박, 저스틴 민 등 한국과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들이 주축이다.

이성진 감독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해 ‘써니’라는 이름을 쓰면서 활동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 한국 작품들이 미국에서 크게 알려지면서 이성진 발음을 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성난 사람들’에 대해 황동혁 감독은 “안 그래도 ‘성난 사람들’이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성진 감독이 국적은 미국이지만 작품 안에 한국인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문화적 감성과 코드가 안에 녹아있더라”라며 “그런 독특한 지점들이 주류 미국 드라마 시리즈하고 다른 신선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국적·문화·인종을 뛰어넘어 모두에게 사랑받는 문화의 다양성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 드라마를 본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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