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롯데지주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 마련된 신사업 전시관을 주주가 체험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노트북 화면 속 아바타가 가상세계에 구현된 롯데면세점에 들어간다. 마음에 드는 바지를 선택하자 구매 목록에 제품이 추가된다. 아바타에 어울리는 착장을 찾아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조합한다. 마음에 드는 옷은 집으로 배송하면 된다.
28일 롯데월드타워 롯데지주 주주총회장 앞에 마련된 신사업 전시관에는 롯데의 신성장 동력이 모인 공간이었다.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의 메타버스 플랫폼 자회사 칼리버스 전시관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칼리버스는 쇼핑, 엔터테인먼트, UGC(사용자 제작 콘텐츠) 등을 극사실적인 비주얼과 독창적인 인터랙티브(상호작용) 기술과 접목한 ‘초실감형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현재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 1월 한국어와 영어 버전의 초기 서비스를 출시했고, 연내 완전 개방형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칼리버스는 PC나 모바일뿐만 아니라 HMD(머리에 장착하는 디스플레이), 3차원(3D) 모니터 등 다양한 장비를 통해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된 HMD를 착용하니 마치 TV 화면에 있는 아이돌 무대 공연을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칼리버스는 더 나아가 가상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홈쇼핑 쇼호스트와 소비자가 메타버스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제품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고, 아이돌 멤버와 팬미팅을 하는 식이다.
전시장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청주 스마트팩토리 신공장 현장을 방문하며 눈도장 찍은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이브이시스(EVSIS)의 ㎿(메가와트) 충전기도 진열됐다. ㎾(킬로와트)급의 기존 충전기 용량을 한 단계 높인 충전기다. 대형트럭이나 전기배, UAM(도심항공교통)용 충전기로 활용된다.
이밖에도 인공지능(AI) 플랫폼 ‘아이멤버(Aimember)’, 빅데이터 플랫폼 ‘스마트리온’ 등 롯데의 다양한 미래 사업들이 전시됐다.
롯데지주 주주총회장 옆 신사업 전시관에서 한 참석자가 HMD로 칼리버스 화면을 보고 있다. 김벼리 기자 |
이날 롯데그룹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육성과 사업구조 재편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는 “기업가지 제고를 위해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 송도에 국내 첫 생산설비를 착공하고, 2030년까지 3개 바이오 플랜트를 건설해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롯데케미칼은 탄소 감축 성장을 위해 청정수소, 전지사업 등 그린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해당 분야에서 2030년까지 매출 12조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롯데이노베이트와 관련해서는 자회사 이브이시스를 지목하며 전기차 충전기 수주 대응을 위해 청주공장을 증설했다고 소개했다. 올해 초 CES에서 주목받았던 초실감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도 하반기 상용화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 대표는 “롯데쇼핑은 온라인 식료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국 기업 오카도와 협업해 자동화 물류센터를 2025년 준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롯데웰푸드는 빼빼로 브랜드의 첫 번째 해외 생산기지로 인도를 낙점하고 330억원 규모의 신규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며 “2027년까지 해외사업 매출 비중을 5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기술에 대한 투자도 강조했다. 그는 “롯데지주는 AI 전담조직을 출범시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고 있으며, 여러 그룹사도 생성형 AI를 사업 분야에 접목 중”이라고 했다. AI 트랜스포메이션은 신동빈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언급한 분야다.
칼리버스 플랫폼에서 아바타가 롯데면세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벼리 기자 |
롯데그룹은 현재 그룹사 CEO를 대상으로 AI 전략을 교육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활용 방안고 검토 중이다. 이날 롯데그룹은 주총장 앞에 생성형 AI와 초실감형 메타버스 칼리버스를 주주들이 직접 체험하는 전시관도 선보였다.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지금까지 롯데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으로 성장을 이뤘지만,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경영 효율화에 더 힘쓰겠다”고 했다. 앞서 신 회장이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언급한 발언의 연장선이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일부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등 업황이 좋지 않아 많은 우려가 있었다”면서 “롯데건설은 시중은행과 증권사, 롯데 그룹사가 참여해 2조8000억원 상당의 펀드를 조성하는 등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부연했다.
롯데지주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5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늘었다. 영업이익은 0.8% 늘어난 4937억원을 기록했다. 고금리로 이자 비용이 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당기순이익은 1637억원으로 줄었지만, 주당 배당금은 전년과 동일한 1500원으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신 회장과 고정욱 재무혁신실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노준형 ESG경영혁신실장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권평오 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이경춘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대표변호사, 김해경 전 KB신용정보 대표이사,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학 교수는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2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