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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귀가 중이던 여성을 뒤쫓아가 성폭행을 시도하고 미수에 그치자 손목을 긋고 그의 남자친구까지 살해하려던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자, 피해자들은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대구고법 제1형사부(정성욱 고법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5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 여성은 손목동맥이 끊어지고 신경이 손상되는 상해를 입고 피해 남성은 저산소성 뇌 손상에 따른 영구적인 뇌 손상 장애를 입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장래 이와 유사한 모방범죄 발생을 막기 위한 예방적 차원에서도 피고인을 중형에 처할 필요가 있는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강간 범행이 제지당하자 피해자들의 체포를 피하여 건물 복도로 도망하면서 피해 남성과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강간 살인미수 범행에 이른 점, 피고인이 피해 남성을 위하여 1억원을 형사 공탁한 점 등 사유를 참작했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검사의 1심 구형 의견 및 유사 사건 양형 사례 등에 비춰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유기징역형을 가중한 법정 최상한인 징역 50년을 선고한 것은 너무 무겁다고 판단해 징역 27년 등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대구판 돌려차기’로 알려진 이 사건은 A씨가 지난해 5월 대구 북구 한 원룸에 귀가 중이던 B(20대·여)씨를 뒤따라 들어가 흉기로 손목을 베고 성폭행한 혐의다.
또 A씨는 때마침 원룸에 들어와 자신을 제지하던 B씨 남자친구 C씨의 얼굴과 목 등 부위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배달 기사 복장을 한 채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일면식도 없는 B씨를 발견하고 뒤따라가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으로 B씨는 손목 신경이 손상됐고, C씨는 뇌 손상을 입어 사회연령이 11세 수준으로 간단한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는 영구적 장애를 얻었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이례적으로 유기징역형으로는 최장기인 징역 50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A씨는 1심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지만, 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이날 항소심 판결을 두고 피해 여성 남자친구 C씨는 “처벌이 너무 가볍다. 억울하다”며 반발했다.
그는 당시 발생한 범죄 피해로 오른손 새끼손가락과 팔꿈치 등 신경이 손상돼 지금까지도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C씨는 “A씨 측은 합의할 의사가 있다고 말할 뿐 실제 합의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거짓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씨의 아버지도 KBS를 통해 “방에 들어가서 바로 여자친구 손목 끊고 ‘여기서 끝장 보자’(라고) 분명 그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상황이 다 끝나고 나니까 미수지만, 저희 아들이 만약 늦게 도착했으면 (여자친구는) 죽었을 거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