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철 선임연구원이 증발기 전열관을 점검하고 있다.[한국기계연구원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국제적 환경오염 지수가 0인 물을 냉매로 하는 냉각기술이 국내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기계연구원 히트펌프연구센터 김정철 선임연구원은 물을 냉매로 냉각하거나 열을 이동시킬 수 있는 친환경 물 냉매 냉각 시스템 원천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은 기존 화학 냉매가 아닌 물을 냉매로 사용하는 기술로, 친환경적이며 가격도 저렴해 냉매 비용 절감은 물론, 유지 보수와 운영 비용에서도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만 개발됐던 기술이었으나 이번에 국내 최초로 원천기술을 개발해 국가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기계연은 기존 합성 냉매를 사용하는 압축기와는 다르게 물을 냉매로 사용할 수 있는 원심식 압축기와 증발기, 응축기를 개발했다. 물을 냉매로 사용하는 경우 냉각 시스템에서는 증발기 내부를 7℃ 이하로, 응축기 내부를 35℃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며, 냉각 시스템 내부는 진공 상태여야 한다. 또한, 물의 표면 장력이 크기 때문에 증발기와 응축기의 구조에 맞게 전열관을 합성 냉매 시스템과는 다르게 선정하고 배치했다. 이 시스템은 압축하기 어려운 물의 특성에 맞게 설계됐으며, 기존 시스템과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냉각 과정에서 물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암모니아나 프로판 등 친환경 냉매는 가연성이거나 독성인 경우가 많아 이들을 사용해야 할 경우,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라 냉각 장치에 따로 안전시설을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 반면, 물은 무독성이고 비가연성 특징을 갖고 있어 별도의 안전시설을 구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시장에서 사용 중인 냉매는 환경규제 기준이 강화되면서 2045년까지 냉매 종류에 따라 냉매를 전량 폐기 또는 80%까지 사용량을 감축해야 한다. 또한 개발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친환경 합성 냉매는 단가가 비싸고 이를 생산하는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김정철 선임연구원이 친환경 물 냉매 냉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한국기계연구원 제공] |
기존 냉매 대비 단가가 최대 100배까지 낮은 물을 냉매로 사용할 수 있어 냉각 시스템 유지 보수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물을 냉매로 사용하면 열을 효율적으로 흡수하고 방출할 수 있어, 기존 냉매와 같은 냉각 효과를 내면서도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어 전기 사용료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김정철 박사는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발됐던 물을 냉매로 하는 산업용 냉각기·히트펌프 시스템을 국내에서 개발한 첫 번째 사례”라며 “신규 냉매 규제 관련 친환경 냉각기·히트펌프 기술 개발이 꾸준히 요구되는 국제적 추세에 따라,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이 체계적으로 개발되고, 상용화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