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씨가 지난 3월 몬테네그로 수도 포득리차에 있는 경찰청에서 조사받은 뒤 무장 경찰대에 이끌려 경찰청 밖으로 나오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 씨의 범죄인 인도 문제를 놓고 현지 정치권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 포베다에 따르면 안드레이 밀로비치 전 법무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권씨의 미국행을 방해하는 핵심 인물이 바로 밀로코 스파이치 총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권씨의 인도국을 결정하는 권한은 법무부 장관에 있다며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했던 인물이다. 그는 “스파이치 총리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권도형의 변호인 고란 로디치는 권도형의 미국 인도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법무부 장관직에서 경질된 그는 자신이 권씨의 한국행을 막자 스파이치 총리와 충돌했고, 그것이 자신이 해임된 사유 중 하나였다며 이제는 국민도 진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스파이치 총리는 권도형과의 유착 관계에 대한 미국 사법당국의 수사를 막기 위해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막으려 하고 있다”며 “그는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숨겨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당국과 관련 기관의 회담을 통해 권도형을 한국이 아닌 미국으로 인도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스파이치 총리와 권도형의 더러운 거래가 완전히 밝혀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몬테네그로 총리실은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밀로비치 전 장관의 주장을 일축했다.
총리실은 스파이치 총리와 로디치 변호사가 친밀한 관계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밀로비치 전 장관이 허위 주장으로 자신이 경질된 사유를 은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권도형을 어느 나라로 인도할지는 몬테네그로 사법부가 결정할 문제”라며 “스파이치 총리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이 의혹이 가능한 한 빨리 해결되길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총리실은 “진실이 몬테네그로가 아닌 미국에서 밝혀질 것이라는 밀로비치 전 장관의 주장은 그가 우리 수사기관을 얼마나 신뢰하지 않는지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지 언론매체는 밀로비치 전 장관의 폭로에 대해 오는 9월 수도 포드고리차 시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그가 스파이치 총리와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정치적 중량감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권씨와 스파이치 총리는 ‘특수 관계’로 의심받고 있다. 스파이치 총리가 권씨가 창립한 테라폼랩스 설립 초기 개인적으로 자금을 댄 투자자였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지난해 6월 총선 나흘 전엔 스파이치 총리가 권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불거졌다. 스파이치 총리는 또 2022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권씨와 따로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몬테네그로 대법원이 권씨의 한국 송환을 잠정 보류한 가운데 현지 정치권에서 폭로전이 전개되면서 권씨가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갈지는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