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를 공격해 일부 지역을 점령한 데 이어 러시아 징집병도 포로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쿠르스크 지역에서 징집병을 철수시켜달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청원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징집병은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투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징집병 가족의 걱정과 분노를 사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접경지 본토를 공격받는 허를 찔리며 국경을 따라 배치된 러시아 징집병 또한 교전에 휘말린 데 따른 것이다.
쿠르스크에 배치된 징집병의 어머니라고 밝힌 한 여성은 텔레그램에서 "새벽 3시에 (러시아)국경이 (우크라이나군)탱크 공격을 받았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는 징집병들만 있었다"며 "그들은 한 명의 계약군인(직업군인)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징집병의 할머니라는 나탈리아 아펠은 러시아 독립언론 베르스트카에 손자가 국경에서 약 500m 떨어진 마을에 무기도 없이 배치됐다며 "삽으로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맞서라는 말이냐"라고 토로했다.
러시아에서 징병제는 정치적으로 폭발력이 큰 사안 중 하나다.
보통 러시아는 매년 2차례에 걸쳐 매번 10만명 이상을 징집한다. 이들의 군 복무 기간은 1년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 장기화에 따른 병력 부족을 고려해 지난해 징집 연령을 18~27세에서 18~30세로 늘렸다.
직업군인과 달리 징집병은 해외 파병이 법으로 금지된다. 전투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기에 제한된 훈련만 받는다.
이런 상태에서 러시아 국경에 배치된 징집병이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공격으로 갑자기 최전선에 서게 된 셈이다.
징집병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고 가족의 우려 또한 커짐에 따라 징집병 안전을 장담했던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 |
그간 국민 앞에서 전쟁 승리를 장담해 온 푸틴 대통령의 선전 전략도 위기에 처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급습으로 러시아 주민 13만명 이상이 피란을 가거나 대피했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지역 당국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혼란은 더욱 커지는 중이다.
러시아 여론을 연구하는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미냘리오는 우크라이나의 이번 기습으로 인한 혼란은 그간 푸틴 정권이 퍼뜨려 온 "모든 게 잘 진행되고 있고,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방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이번 실수는 이러한 정치 선전의 서사를 크게 무너뜨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