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오세아니아 4개국 순방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현지시간) 첫 방문국 인도네시아에서 자선단체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현지시간) 10만명이 운집한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하며 종교적 화합을 호소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자카르타에 있는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대규모 야외 가톨릭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신자들에게 "꿈을 꾸고 평화의 문명을 건설하는 데 지치지 말자"며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당당히 대화의 길을 걸으며 계속해서 선과 친절을 베풀고 화합과 평화의 건설자가 되자"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는 교황의 인도네시아 방문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당초 이 자리에 8만명의 신자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많은 10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다 보니 경기장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경기장 밖 주차장에 설치한 대형 화면을 통해 미사에 참석했다고 안타라통신 등이 보도했다.
인구 약 2억8000만명의 인도네시아는 인구 약 90%가 무슬림으로 세계에서 이슬람 교인이 가장 많은 나라다.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3%뿐이지만 신자 수로는 800만명이 넘어 필리핀,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많다.
미사에 앞서 교황은 이날 오전 자카르타에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인 이스티크랄 모스크를 찾아 이스티크랄 모스크 대(大)이맘(이슬람 성직자)인 나사루딘 우마르와 만났다.
두 사람은 이스티크랄 모스크와 그 맞은편에 위치한 자카르타 대성당을 연결하는 지하도로인 '우정의 터널'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신을 찾아 걷고,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경직성과 근본주의, 극단주의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상호 존중과 사랑에 기초한 열린 사회 건설에 기여하자"고 독려했다.
이어 두 사람은 이스티크랄 모스크 앞 마당에 마련된 천막에서 '이스티크랄 선언문'에 서명했다.
선언문은 종교가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남용돼서는 안 되고 갈등을 해결하며 인간 존엄성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환경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현재의 기후 위기를 인간이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는 모두 형제이며 차이를 넘어 모두 신에게 가는 순례자"라며 화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개신교, 힌두교, 불교, 유교 등 다른 종교 지도자들도 참석했다.
행사 후 교황이 모스크를 떠날 때 우마르 대이맘은 허리를 굽혀 휠체어에 탄 교황의 머리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교황도 우마르 대이맘의 손에 입을 맞췄다.
교황은 오는 6일 인도네시아를 떠나 파푸아뉴기니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어 13일까지 동티모르와 싱가포르도 방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