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1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청래 위원장의 제안으로 위원, 증인들과 함께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지성수 헌법재판연구원장. [연합] |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여야가 임기 만료를 앞둔 헌법재판관 3명의 후임 추천권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불거진 ‘헌재 마비설’을 국회가 아닌 헌법재판소가 스스로 막아냈다. 반면, 여야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해 재판관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7일 임기 만료를 앞둔 헌법재판관 3명의 후임자에 대한 추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번 주 임기 만료를 앞둔 헌법재판관은 2018년 야당이던 자유한국당 선출로 재판관 임기를 시작해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에 임명한 이종석 소장과 김기영(2018년 더불어민주당 선출)·이영진(2018년 바른미래당 선출) 재판관이다.
헌법은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을 국회에서 선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는데, 이 3명을 여당 1명, 야당 1명, 여야 합의 1명으로 하는 것이 그간 관례였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야 합의 몫 1명까지 유일한 야권 교섭단체인 점과 의석수 등을 이유로 자신들이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국민의힘이 이에 반발하면서 재판관들의 퇴임 임박에도 후임자 선출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야권에선 지난 2018년 임명된 이영진 헌법재판관을 당시 원내 3당이던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인사임을 이유로 거대 양당이 아닌 조국혁신당 등 제3당에 추천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게 전망된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여권에서 1명이고 야권이 2명인데 현재 야권 교섭단체가 민주당밖에 없으므로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민주당의 후보자 2인 추천은 그대로 갈 것”이라며 “민주당은 추천할 2인에 대한 준비를 다 마친 상황으로 원내에서 국민의힘과 계속 얘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은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야만 사건을 심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때문에 오는 17일 임기 만료로 재판관 3명이 퇴임할 시 헌법재판관 수는 6명이 돼 사건을 심리할 수 없는 ‘헌재 마비’ 사태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헌재는 지난 8일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심판 2차 변론 준비 기일에서도 다가올 재판관들의 임기 만료와 관련해 “국회 측의 대책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이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전날 이 위원장이 헌재법 23조 1항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의견 일치로 인용 결정하면서 스스로 ‘마비 사태’를 막아냈다. 헌재는 “3명의 재판관이 퇴임하여 재판관의 공석 상태가 된다면 신청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것이 현재 확실히 예측된다”며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인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는 ‘신속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도 포함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관 공석의 문제가 반복하여 발생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주관적 권리보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의 객관적 성격의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라며 “국회가 상당한 기간 내에 공석이 된 재판관의 후임자를 선출하여야 할 헌법상 작위의무가 존재하고, 이러한 작위의무의 이행을 지체하였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음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이같은 결정에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헌재 스스로 입법 행위에 준하는 결정을 했다는 점, 국감 이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등 추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다는 점 등에서 아쉬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정으로 민주당의 헌법재판관 추천 지연 전략이 무산되었다”며 “헌법재판소가 이번 탄핵 시도에 대해 신속하고 공정한 결론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