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건설노조 채용 강요사건 조사 과정에 노조활동 방해 없어야”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제노동기구(ILO)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건설노조의 채용 강요 사건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7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건설노조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판단하지 않았고, 정부의 과태료 처분 내지 수사 행위가 국제협약을 위반했다는 건설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이날 불법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이유로 정부가 사정기관을 동원해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며 건설노조가 2022년 제기한 진정 사건에 대해 이같은 권고문을 채택했다. 위원회는 "정부가 교섭 가이드라인을 정해 결사의 자유 행사와 단체 교섭권을 효과적으로 인정할 명확한 틀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의견도 냈다.

위원회는 채용 갈등 등으로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 분쟁 해결과 건설업계 고용 불안 문제 등에 대해서는 "대표적인 근로자 및 사용자 단체가 협의에 착수하기 위한 조처를 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건설노조가 자신의 요구를 협상하기 위해 평화적인 단체행동을 조직했거나 작업장 산업안전 및 보건상의 결함 등을 고발하겠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체포 또는 기소, 형 선고 등을 받는 사람이 없도록 보장할 것도 정부에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건설노조는 2022년 10월 정부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는 노조 측의 채용 강요·현장 불법 점거·태업 등의 불법행위를 바로잡겠다는 이유로 사정기관을 동원해 건설 노동자를 탄압한다며 ILO에 제소했다. 정부는 건설노조가 자기 조합원의 채용이나 자기 장비에 대한 사용을 건설사에 요구하고 공사 현장을 점거하며 요구를 관철하려는 행위 등이 불법적이라고 보고 경찰 수사를 벌이거나 공정위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건설노조는 정부가 건설 현장을 감독하거나 제재하는 것을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정부의 조치가 결사의자유를 다룬 국제협약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ILO 결정에 대해 "그동안 국민적 우려가 컸던 건설노조의 자기 조합원 채용 강요와 공사방해 등의 행위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는 점과 노사를 불문하고 정당한 활동은 적극 보장하되 불법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처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ILO 제87호 협약에서는 ‘본 협약의 권리 행사에 있어 노사단체는 국내법을 존중’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제8조), 결사위 또한 ‘노동조합의 권리 행사는 어떤 종류의 폭력·위협과도 양립할 수 없고, 당국은 이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2012년 일반조사 보고서에서도 채용 등 경영 관련 사항은 교섭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특정 조합원 채용 요구는 다른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침해하는 현행법상 불법행위"라며 "정부는 이번 결사위가 요청한 내용에 대해서 관계부처와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공식 답변을 통해 추가적인 사실관계 및 그간의 협약이행 노력과 개선 내용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12년 일반조사 보고서에서도 채용 등 경영 관련 사항은 교섭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노조의 특정 조합원 채용 요구는 다른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침해하는 현행법상 불법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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