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강대강 대치…“학교가 사과하라” vs “어처구니없는 상황 책임지라”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처장단과의 면담에서 남녀 공학 반대 의견을 전달한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바닥에 공학 반대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동덕여대는 2일 학교 측이 사과할 경우 본관 점거를 철회하겠다고 한 총학생회를 향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위법 행위를 이끈 주동 학생들에게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동덕여대는 동덕여대는 2일 이민주 비상대책위원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일말의 반성과 책임감 없는 총학생회의 태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대학의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총학 측이) 무엇을 사과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학 발전을 위한 논의는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반대하니까 무조건 논의를 철회하라는 주장은 억지이자 독선이고 반대 의사를 폭력으로 행사한 당사자가 오히려 대학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번 사태로 인한 수십억에 이르는 재산적 손해와 대학 위상 추락, 시위에 참석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취업상의 불이익 등을 언급하며 “피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대학은 총학생회를 비롯한 주동 학생들에게 그 책임을 엄격히 묻겠다”고 했다.

특히 “불법행위의 참여 정도를 엄격히 구분할 것”이라며 “총학은 지금이라도 불법행위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고 빨리 점거를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수업 거부로 비롯된 결석 처리를 해결해달라는 총학 요구에는 “협박과 종용에 의해 불가피하게 수업 거부에 동참한 학생이 있다는 점은 참작하겠다”고 답했다.

24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백주년 기념관 앞이 남녀공학 전환 반대 래커칠로 가득 차 있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중단하기로 하며 학생들의 점거 농성은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래커칠’로 상징되는 학교 측의 시위 피해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양측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연합뉴스>

동덕여대 총학은 전날 학교 측이 학생에게 사과하고 남녀 공학 전환 안건을 차기 총학생회와 논의하겠다고 약속할 경우 본관 점거를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학 측은 ▷공학전환 논의에 대한 비민주적인 진행방식에 학생들에게 사과 ▷2025년 공학전환 안건 차기 총학생회와 논의 ▷학생의견 수렴 구조체 신설 ▷11월 3주차부터 이뤄진 수업 거부에 대한 출결 정상화 처리 등을 받아들일 것을 제시했다.

그에 앞서 대학 측은 총장 명의로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시위 주동 학생들을 상대로 공동재물손괴·공동건조물침입, 공동퇴거불응,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래커 시위를 한 학생 19명이 특정돼 피소됐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고발 4건과 국민신문고를 통한 민원도 13건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본관 점거가 장기화 되자 지난 29일 서울북부지법에 퇴거 단행과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도 낸 상태다.

[전문] 총학생회에 대한 대학의 입장문이번 사태의 위법성에 대하여 일말의 반성과 책임감 없는 총학생회의 태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아래와 같은 대학의 입장을 밝힙니다.

- 이번 사태는 두 단과 대학의 발전방향의 하나인 공학 전환 논의 중에 발생하였습니다. 총학생회는 이를 전면 철회하고 사과하라는 주장을 합니다. 무엇을 사과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학 발전을 위한 논의는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대학의 장래와 구성원의 미래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학생뿐 아니라 교수, 직원, 동문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권리와 책임을 가지고 있는 학교의 구성원입니다. 일부 학생들이 반대하니까 무조건 논의를 철회하라는 주장은 억지이자 독선입니다. 더욱이 반대 의사를 폭력으로 행사한 당사자가 오히려 대학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입니다.

- 불법시위와 점거를 하고 있는 총학생회는 조건부 점거 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불법점거에 대한 반성과 책임감은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이번 불법행위는 총학생회가 주동한 것이 아니라 일부 흥분된 학우들의 우발적 행동이었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변명만 하고 있습니다. 치밀한 계획에 인한 불법 점거, 도가 넘는 위법행위 등에 대한 증거들은 넘칩니다. 대학은 불법행위의 참여 정도를 엄격히 구분할 것입니다. 아직도 본관 점거를 볼모로 비상식적인 요구를 하는 총학생회의 주장을 일축합니다. 총학생회는 지금이라도 불법행위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고 빨리 점거를 해제하십시오.

- 출결 처리는 객관적이고 엄격해야 합니다. 이는 학점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출석한 학생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대학의 중요한 의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박과 종용에 의해 불가피하게 수업 거부에 동참한 학생들이 있다는 점을 참작하겠습니다. 그들이 피해 받지 않도록 학사일정과 방법 등을 고려하겠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수업 방해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본관 점거로 인한 학사행정업무 차질 역시 수업 방해의 일환입니다.

- 이번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수십억에 이르는 재산적 손해는 물론 많은 구성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대학의 이미지와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져 취업의 길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 일은 이번 사태로 인하여 시위에 참석하지 않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혹한 사회적 편견과 불이익을 감당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대학은 총학생회를 비롯한 주동 학생들에게 그 책임을 엄격히 묻겠습니다. 아직도 불법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지금이라도 본인이 져야 할 책임에 대해 이성적으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점거가 길어질수록 책임은 무거워집니다. 대학은 엄정하게 대응할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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