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반도체법 52시간 발목 잡는 게 4류 정치”[미래리더스포럼]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미래리더스포럼
“첨단 산업에서 두뇌와 에너지가 생산수단”
미·중·일 수십조원 규모 반도체산업 보조금 지원
“산업 지원 ‘특혜’ 아냐… 퍼줘야 살아남을 수 있어”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주최하는 미래리더스포럼 3월 초청강연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연사로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5일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주최 ‘미래리더스포럼’에서 “반도체특별법에 주52시간제 적용 제외가 포함돼야 한다”며 “이런 규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4류 정치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날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미래리더스포럼 3월 초청강연에서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는 캐시카우인 반도체, AI(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새로운 기술전쟁 시대의 정치에 주어진 숙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4류 정치’란 표현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995년 4월 중국 베이징 간담회에서 내놓은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작심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강 의원은 산자위 소위에서 반도체특별법을 논의할 당시 한 참석자가 내놓은 “주 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이 빠진다면 반도체특별법은 통과되지 않아도 된다”는 발언도 거듭 강조했다. 타법으로 반도체산업의 보조금 등을 우회 지원할 수 있는 만큼 R&D(연구개발) 분야 연구원의 근로 규제를 해소하는 게 반도체특별법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강 의원은 “과거 토지와 노동력이 생산수단이었다면 첨단산업 시대의 생산수단은 에너지와 첨단 두뇌를 가진 연구원들”이라며 “두뇌들이 마음껏 뛰놀게 해야 하는데 정치가 이들을 묶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는 여야의 협상의 산물로 ‘에너지 3법’(전력망특별법·고준위특별법·해상풍력특별법)을 겨우 통과시켰다”면서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에너지3법은 여야 합의로 지난달 19일 소관 상임위인 산자위를 통과한 뒤 같은달 27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반면 반도체특별법은 ‘주52시간 적용 제외’ 조항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강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해상풍력특별법을, 국민의힘은 고준위특별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며 “특히 전력망특별법의 경우 동해안의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 호남 지역의 태양광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해도 이른바 ‘계통’이라는 송배전이 갖춰지지 않아 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무역 경쟁이 심화로 보조금 지급조차 제약이 많아진 현 상황에서는 노동력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게 강 의원의 설명이다. 강 의원은 “일본, 미국 등 기축통화국은 거의 ‘배 째라’고 퍼주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칩스법’을 통해 반도체산업에 약 75조원(520억달러)을 직접 지원한다. 일본도 2030년까지 약 94조원(10조엔)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계획 중이고, 중국 역시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로 약 68조원(3440억위안)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이전에는 조금만 기업을 지원하려고 해도 특혜라고 했다. 현재 전세계 국가들이 반도체 한 분야에만 수십조원을 퍼붓는 상황”이라며 “첨단 산업 전쟁에서 특혜라는 단어를 잊어버리고 우리도 퍼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물론 근로기준법이 있고 이를 준수해야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 가입국들도 우리나라처럼 근로 시간을 옥죄지 않는다”며 “이런 부분을 보면 우리 정치는 여전히 4류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민관의 협력도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한강의 기적,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거듭날 때에는 우리는 끊임없는 ‘협력’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박정희 대통령과 당시의 엘리트 관료들이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과 어떤 형태로든 협력했기에 대한민국이 이런 역사를 쓰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용인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선정했던 강 의원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당시를 들어 “반도체 공장이 제때 들어서지 않으면 산업에 큰 차질이 벌어질 상황이었다”면서도 “입지 지원을 할 때도 정부의 명운을 걸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를 보며 구질서는 가차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가고 있다는 점을 실감한다”며 “또 하나의 큰 격동이 우리 경제산업 현장에 다가오는 지금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등한시한다면 언제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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