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매대 비면 영업 현금창출 막혀
홈플러스 ‘존속가치’에 치명상 우려
메리츠 담보신탁권에 경기침체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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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홈플러스 월드컵점 가전 매장이 전자업체의 배송 중단으로 고객의 발길이 끊긴 채 한산한 모습이다. 전새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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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회생신청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부채라는 급한 불을 끄려고 이례적으로 선제적 기업회생을 택했으나 상품권에 이어 일부 거래처까지 ‘손절’하면서 영업 자체에 제약이 생기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전국 곳곳에 거점을 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최소한의 경쟁력’을 믿은 MBK의 오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업현금 막히면 존속가치 산출 치명적=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의 홈플러스 회생 돌입의 경우 사전에 정보가 전혀 흘러나오지 않았던 터라 시장 참여자들 상당수가 상황 파악에 분주해졌다. 무엇보다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을 위해 고안된 ‘PEF 제도’를 감안하면 동북아 최대 펀드인 MBK가 자구 노력 없이 ‘선제적 기업회생’을 선택한 점에 비판적인 시선도 공존한다.
시장 관계자는 “PE가 출자자(LP)에 대한 예의상 불가피하게 기업회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우려돼 선제적으로 회생을 선택했다’ 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며 “홈플러스의 경우 영업가치를 높게 평가 받는 데 한계가 있어 사실상 자산가치가 중요한데 부채 규모를 보면 채권자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홈플러스의 단기신용등급이 A3-로 하향 조정됐다. MBK는 홈플러스의 운전자본 조달 우려를 걱정해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바로 회생 개시를 허가했으며 사업은 정상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MBK는 ‘홈플러스의 영업은 문제 없다’라는 전제 하에 기업회생의 문턱을 넘었는데 안일했다는 지적도 불가피해졌다. 거래처 역시 선제적으로 홈플러스와 거리두기에 나선 상황이다. 주요 협력 업체들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막은 데 이어 LG전자,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오뚜기 등은 납품을 잠정 중단했다. 법원이 홈플러스에 상거래채권은 정상적으로 변제하라고 했으나 거래처들은 대금 회수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전국 126곳의 홈플러스 매장과 400여곳의 SSM 매장의 매대가 비면 MBK가 기대했던 ‘월간 1000억원 안팎의 현금’ 창출의 실현가능성은 떨어진다. 그만큼 홈플러스의 존속가치 창출에는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이커머스에 밀려 오프라인 유통업에 대한 경쟁력도 저하된 상태다. ‘영업해서 번 돈’으로 채무를 변제할 수 없어지면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만 남게 된다.
▶‘부동산 4.7조’ 수익권자는 메리츠, 경기 위축도 부담=MBK 측은 홈플러스의 소유 부동산 가치를 앞세우고 있다. 홈플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소유 부동산의 감정가액 4조7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부동산에 대한 우선권리는 메리츠가 보유하는 상황이다.
MBK는 지난해 홈플러스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 성공했다. 메리츠증권·화재·캐피탈 3사를 통해 총 1조2000억원 규모 신규 차입금을 일으켜 기존 부채를 갚았다. 만기는 3년 금리는 10% 안팎으로 알려졌다.
메리츠 측은 대출 실행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잡았다. 홈플러스가 주장하는 부동산 자산은 메리츠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신탁회사에 맡겨진 상황이다. 메리츠는 신탁계약에 따라 선순위 수익권을 확보하고 있다. 채권자 가운데 가장 먼저 상환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회생이 시작된 현재로서도 기한이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1순위 수익권자인 메리츠가 담보권을 언제든 실행할 수 있다. 물론 이는 홈플러스 운영에 필요한 자산인만큼 메리츠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자체가 중단될 수 있으며 임직원들의 고용 감소도 고려 대상 중 하나다. 법원 역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에 전향적이며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해 메리츠도 기계적으로 권리를 행사하기엔 한계가 따른다.
부동산 경기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홈플러스 매장 매각이 이뤄진다 할 경우에도 채권자들 모두 손실 없는 수준의 가격을 인정 받을지도 낙관하기 어렵다. 메리츠 외에도 홈플러스의 단기금융증권 약 5600억원도 기관과 개인에 판매돼 있는 상태다. MBK LP였던 국민연금의 자금 약 7000억원도 홈플러스에 담겨 있다.
시장 관계자는 “PE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 같고 홈플러스의 국내 시장 지위를 감안하면 영업 자체가 중단될 것 같진 않다”라며 “MBK가 시간 확보차원에서 법정관리를 택한 만큼 홈플러스 영업이 제대로 되는 게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아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