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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분홍색 옷을 입은 미국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처음 열린 합동의회 연설에서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들이 분홍색 의상으로 항의를 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여성 하원의원들은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 분홍색 의상을 맞춰 입고 등장했다.
낸시 팰로시 전 하원의장은 보라색에 가까운 진한 분홍색 정장을 입고 금색 목걸이를 매치했다. 정장 대신 분홍색 스카프를 두르고 나온 의원도 포착됐다.
민주당 여성 하원의원 대표 테레사 레거 페르난데스는 분홍색 재킷에 홍색 블라우스, 분홍색 벨트와 바지를 착용했다. 그의 재킷 단추에는 “억만장자에게 배신 당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위험에 처한 여성의 생식권에 대해 관심을 촉발하기 위해서다.
지난 몇 년 간 민주당 소속 여성 정치인들은 여성인권 투쟁의 상징으로 흰색 정장을 입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할 때 여성인권 투쟁의 상징으로 흰색 정장을 입었다. 2020년 초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연두교서를 발표할 때에도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여성 참정권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흰색 정장을 입었다.
이번에는 흰색이 아닌 분홍색이 선택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분홍색이 더 눈에 띄기 쉽거나 전통적으로 여성성과 관련된 색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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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질 도쿠다 의원이 미국 헌법 문구가 적힌 분홍색 재킷을 입고 있다. [AFP] |
앞서 페르난데스는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분홍색이 “여성과 가족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항의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의원은 “분홍색은 권력에 대한 저항의 색”이라며 “상대편을 일깨우고 트럼프에게 크고 분명하게 다가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질 도쿠다(하와이) 하원의원은 분홍 재킷에 미국 연방헌법 문구를 적고 나타나기도 했다.
맥스웰 프로스트(플로리다) 하원의원은 “이곳에는 왕이 살지 않는다(No Kings Live Here)”는 문구가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회의장 한쪽의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 연설 내내 종교집회를 방불케 하는 열기로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다른 한쪽의 민주당 의원들은 시종일관 아유를 하거나, ‘거짓(False)’ 등이 적힌 둥근 손팻말을 들어 올리며 침묵으로 저항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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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 C. 라미레즈(일리노이주) 하원의원이 ‘머스크가 훔쳐간다(Musk Steals)’는 문구가 쓰여진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부정선거 음모론을 상징하는 구호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를 차용해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한 ‘머스크가 훔쳐간다(Musk Steals)’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의원들도 있었다.
다만 WP는 민주당의 어떤 구호나 항의보다도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을 할 때마다 터진 ‘비웃음’이었다고 촌평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의 시대는 갔다”고 발언하자 웃음이 터졌는데, 이는 명백히 머스크를 연상시켰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