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대형마트 새벽배송 규제 풀리나…쿠팡과 정면승부

당·정·청 논의 이어 與 개정안 발의
새벽 온라인 영업·배송 가능성 열려
중소상공인 이어 與 내부 반발 고개


6일 오전 서울 도심 내 한 쿠팡 배송 물류센터의 모습.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당·정·청이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는 14년 만의 규제 해제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반대 목소리도 작지 않아 논쟁이 예상된다.

6일 정치권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규제 완화 논의 대상은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의 전자상거래 영업시간 규정이다.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영업을 제한한 규정에 ‘예외 조항’을 둬 온라인 배송의 숨통을 틔우는 게 골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인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이런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은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가 수행하는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 행위(포장, 반출, 배송 등 포함)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김 의원은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의 취지는 전통시장, 슈퍼마켓 등 중소유통 보호에 있다”며 “그러나 맞벌이·1인 가구의 증가, 코로나19 등 소비 패턴의 변화가 커지고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추세”라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대형마트가 영업규제를 받는 주말과 새벽시간대 이커머스 이용이 증가한 점을 언급하며 “대형마트 등에만 영업규제를 유지하는 것이 규제의 형평성, 유통산업의 경쟁 활성화, 소비자 선택권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대형마트 업계는 14년간 이어진 규제가 완화될 조짐에 고무된 분위기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지난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코로나19 시기 등을 거치며 급변하는 유통업계를 오히려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지난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사태와 이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을 계기로 법 개정 필요성이 또다시 고개 들었다.

업계는 규제가 풀리면 쿠팡 등 이커머스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에 “규제가 완화되면 마트 점포를 거점으로 각 지역별 수요에 따른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랫동안 규제가 지속된 영향으로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부문을 키워왔다”며 “(규제가 해소된다면) 온·오프라인 물류, 인력 등 비용에 대한 검토를 거쳐 효율화를 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새벽배송 규제 완화로 오프라인 매장 운영 비중이 더욱 축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을 유입시키려는 최근 대형마트의 노력이 무색해질 것이란 우려다. 이 밖에 대형마트 규제의 한 축인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 논의가 제외된 점에 대한 아쉬움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규제 완화가 즉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당장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정부와 국회는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를 즉각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규제가 쿠팡만 키웠다’는 핑계로 대형마트의 족쇄를 풀어주겠다는 것은 거대 플랫폼 기업에 치이고 경기 침체에 우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기업의 무한 경쟁 틈바구니로 밀어 넣는 무책임한 처사”라며 “골목 상권의 생존권을 말살하는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범여권 내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의 오세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통시장·골목상권 생존을 위협하는 대형마트 온라인 새벽배송 허용반대’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규제 해제는 ‘제 2·3의 쿠팡’ 을 재생산할 뿐”이라며 “결국 오프라인 노동자들까지 무한 경쟁의 늪인 심야 노동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발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