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이번주 시행…“현시점 이르다” 우려도

휘발유·경유 상한선 1800원대 가능성
2주 단위로 가격 조정, 시장 상황 점검
한은 “단기적 효과…길어지면 부작용“



정부가 이번 주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판매 가격의 상한선을 설정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로,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29년 만에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조치다.

정부는 2주 단위로 시장 상황을 점검하며 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며, 상한선은 리터당 1800원대에서 설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가격 통제가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고 손실 보전 방식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부작용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정책 수단을 너무 이른 시점에 소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 정유사는 가격 상승기에 비싼 원유를 들여오더라도 상한 가격이 적용된 국내 시장에서 그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해야 한다. 손실 보전이 충분하지 않거나 지급이 늦어질 경우 정유사가 해외 시장으로 물량을 더 돌리려 할 가능성이 있어 국내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쟁 이전의 유가와 최근 상승 폭을 고려해 최고가격을 설정하면 보조금 자체가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 유가가 계속 올라갈 경우 최고가격제도 다시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정확한 수준’을 재차 묻자 구 부총리는 “1800원대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답했다. 전국 주유소마다 가격이 다 달라 기준을 어떻게 삼을 것이냐는 질의에는 “정유사 공급가격으로 조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장을 가보니 정유사에서 공급한 가격이 1900원을 넘었다”며 “1800원 언저리, 밑으로 되든지 하면 적정한 시장가의 주유소 가격이 형성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했다. 또 “시중에서 1800원대 정도면 국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한다”면서 “2000원은 넘고 2300원 가는 현상은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재경부는 다만 “중동 상황 발생 이전 가격과 국제유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서 가격 수준을 결정한다는 취지에서 예시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석유 최고가격제와 관련해 “국제 유가 급등과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 부담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차규근 의원(조국혁신당)이 ‘가격상한제에 관한 의견’을 묻는 서면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최고가격제)도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과수요 발생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단기 도입에 무게를 뒀다.

정부는 가격 통제로 인한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정유사가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 시장에 판매하도록 의무화하고, 주유소의 재고 축적을 제한하는 ‘매점매석 고시’도 동시에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기업이 생산량 자체를 줄일 경우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공급 부족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 단계에서의 시장 왜곡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가 상승 국면에선 2주 주기의 가격 조정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주유소들은 판매를 늦추려 하고, 소비자들은 가격 상승을 예상해 미리 주유하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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