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 수출액 190억 달러로 급증…반사이익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세계 석유 시장에 사상 최악의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경고했다.IEA는 14일(현지시간) 발표한 4월 석유시장 보고서를 통해 지난 2월 28일 발발한 중동 전쟁 이후 세계 석유 공급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세계 석유 공급량은 하루 평균 1010만 배럴 감소해 총 9700만 배럴로 집계됐으며, 이는 ‘사상 최악의 공급 차질’로 평가됐다.
올해 연간 공급 전망도 크게 하향 조정됐다. IEA는 2026년 세계 석유 공급량이 지난해보다 하루 평균 15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제시한 ‘하루 110만 배럴 증가’ 전망이 전면 수정된 것이다.
산유국들의 생산 감소도 두드러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생산량은 하루 940만 배럴 줄어든 4240만 배럴을 기록했다. 비(非)OPEC+ 국가의 생산량 역시 브라질과 미국의 증산에도 불구하고 카타르의 감산 영향으로 하루 77만 배럴 감소한 5470만 배럴로 나타났다.
수요 전망 역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IEA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전년 대비 하루 평균 8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예측한 하루 64만 배럴 증가 전망이 뒤집힌 결과다. 특히 올해 2분기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하루 15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료 소비가 급감했던 2020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IEA는 초기 수요 감소가 중동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나프타, 액화석유가스(LPG), 항공유를 중심으로 나타났으며, 공급 부족과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 현상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4월 초 해협을 통한 원유 및 석유제품 물동량은 하루 380만 배럴로, 전쟁 이전의 하루 2000만 배럴 수준 대비 약 20%에 그쳤다.
세계 석유 재고는 3월 한 달 동안 8500만 배럴 감소했다. 걸프해역 외 지역에서는 총 2억500만 배럴이 재고에서 빠져나간 반면, 해협 폐쇄로 중동 지역의 해상 재고는 1억 배럴, 육상 재고는 2000만 배럴 증가했다.
유가 역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 작성 시점 기준 북해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30달러로, 전쟁 이전보다 약 60달러 상승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원유 선물 가격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는 중동 전쟁의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러시아의 석유 수출액은 190억 달러로 거의 두 배 증가했으며, 미국의 일부 제재 완화와 유가 상승 영향으로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량도 하루 713만 배럴로 4.7% 늘었다.
IEA는 “이번 전망은 올해 중반까지 중동에서 국제 시장으로의 정기적인 석유와 가스 운송이 재개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면서도 “상황 전개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이 시나리오는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시장과 각국은 향후 수개월간 심각한 차질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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