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핵포기땐 번영”…美·이란 ‘포괄적 합의’ 이번주 분수령

절반 지난 휴전…‘2차 종전협상’ 촉각
美, ‘쉬운 협상 후 후속 합의’ 예상 깨고
핵포기 포함 ‘포괄적 합의’ 고강도 압박
이란, 美 역봉쇄 일시수용 고려 ‘유화모드’
핵물질·호르무즈 등 핵심쟁점 절충 관건

미국과 이란의 ‘2주 휴전’ 합의 기간이 절반을 넘긴 가운데, 후속 협상을 추진 중인 미국이 이란에 ‘포괄적 합의’를 요구해 2차 협상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은 휴전 기간 1주일이 이번 전쟁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양측은 물밑 협상의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이란도 미국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자국 선박의 호르무즈 항행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 전해졌다.

밴스 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조지아주에서 열린 우파단체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작은 합의(small deal)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그랜드바겐(grand bargain·중대하고 포괄적인 합의)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우선 협상에 이르기 쉬운 합의를 먼저 내서 시간을 벌고, 이후 차근차근 후속 협상을 타진할 것이란 세간의 예측을 뒤집는 발언이다. ‘포괄적 합의’는 양국의 입장차가 크다는 점 때문에 가능성이 낮은 안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또한 같은 날 기존 미국의 제안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이란에 더 포괄적이고 확실한 핵 포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양국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핵심 쟁점은 이란의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다. 이란의 핵문제에 대해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20년간 중단하는 것과 이를 받아들일 경우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제안했으나, 이란은 5년의 우라늄 농축 중단을 역제안해 협상이 틀어졌다.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을 두고도 미국은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이란은 저농도로 희석하는 것을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미국은 이란의 핵 포기를 레드라인(양보할 수 없는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반면 이란은 원자력 발전 등 ‘평화적 사용’을 명분으로 내세워, 우라늄 농축을 주권으로 주장하고 있다. 양국의 입장은 수십년간 평행선을 이어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에서 우라늄 농축을 15년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에 성실히 응할 것을 내걸어 협상을 성사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한 후속 협상을 해야 하는 시점인 2018년에 JCPOA는 이란에 핵 개발할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라며 일방적인 탈퇴를 선언했고, 이란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시행했다.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을 20년으로 설정한 것은 무기한 중단이라는 기존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에 비춰보면 상당히 완화된 안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란에 상당한 양보를 했다고 주장하며 협상을 끌어낼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오바마의 JCPOA보다 나은 안이라 주장하며 체면을 구기지 않고 종전할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20년’이라는 기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그 이상의 핵 보유 저지가 가능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미국을 대표하는 협상단이 제시한 ‘20년’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내용임이 분명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20년’ 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은 ‘국내 정치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민들에게 이란의 핵 포기를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의 수사라는 것이다. 국내 지지가 낮은 전쟁을 무난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명분 쌓기’인 셈이다.

핵 합의 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방안도 양국이 마주한 핵심 난제로 꼽힌다.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핵 이상의 협상 지렛대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국은 이를 풀기 위해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을 묶는 역(逆)봉쇄 카드를 내걸었다. 그럼에도 미국의 압박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란은 장기간 혹독한 제재를 견뎌온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역봉쇄도 버텨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내에서는 날로 상승하는 유가 부담 등으로 인해 전쟁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여러 모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출구전략을 빨리 찾는게 시급한 상황이다. 반면 이란은 장기전도 불사하면서, 폭 넓은 합의를 바라는 형국이다. 이란은 지난 11일 1차 협상에서도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대리세력에 대한 공격 중단, 전쟁 피해 배상 등 다양한 요구안을 내밀었다.

이란도 미국과의 충돌을 막으려는 노력을 보여, 협상에 대한 기대는 더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이란이 자국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일시 중단하는 것을 검토중이라 보도했다. 미국과의 추가 협상을 준비하는 민감한 외교 국면에서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것이다. 도현정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