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김부겸” “그래도 2번”…둘로 나뉜 ‘보수의 심장’

대구시장 선거 현장 민심 들어보니
“경제 바꿔보자” 힘있는 여당 후보 지지세
“미워도 국힘” 정권 견제론 속 보수 결집도
중간지대 ‘숨은 표’ 여전…당락 가를 변수

대구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공식 선거 운동이 개시된 21일 대구 범어네거리와 반월당사거리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지금까지 국민의힘 밀어줬는데 가만 보면 우리가 너무 순진했는가 싶으예. 근데 매를 들라카이 (이재명) 대통령은 누가 견제합니꺼. 투표 당일이 되면 또 눈 감고 2번 찍는다는 사람도 있다카대.”

지난 21일 오후 대구 중구 김광석거리에서 만난 주부 이정현(48) 씨는 ‘고유가 피해지원금 사용 가능’이라고 적힌 가게 스티커를 가리키며 “다 세금으로 하는 건데 정부와 여당이 생색만 내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며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보수의 심장’으로 통하는 대구의 시장 자리는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1995년 이후 단 한 번도 민주당 계열 정당에게 넘어간 적이 없다. 하지만 30여년 만에 접전 상황에 돌입하자 현장 민심도 크게 요동치는 모습이다.

이날 기자가 직접 찾은 대구는 “그래도 국민의힘”이라는 익숙한 정서 속에서도 “이번엔 한번 바꿔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변화 요구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김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른바 ‘샤이 김부겸’의 분위기도 일부 읽혔다.

동대구역 앞에서 만난 운수업에 종사한다는 성모(68) 씨는 “여기가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보니, 김부겸 지지하는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말 안 할 것“이라면서도 “(여론조사에서) 한 10% 이상 차이 나는 거 아니면 결국 숨은 표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히 (민주당이) 엄청 좋아서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문장현(49) 씨는 “지금 대구에 하청업체들도 다 떠나고 총체적 난국”이라며 “이래죽나 저래죽나 망했는데 김부겸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민들로 북적이는 대구 중구 서문시장 모습. 대구=윤창빈 기자

이와 대조적으로 보수층의 결집 정서도 강해지는 모습이다. 대구의 대표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서문시장의 상인 윤모(71) 씨는 “대구는 그래도 2번”이라며 “미우나 고우나 그냥 찍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또 다른 상인은 “1번(민주당)은 사기꾼들 아니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원시장에서 옥수수 장사를 하는 조래미(42) 씨는 “민주당의 경제정책을 믿지 않는다”며 “나랏돈으로 어딜가나 돈 풀어서 건물 지어주겠다, 투자해주겠다는 말이 듣기엔 좋지만 다 나중에 국민들이 갚아야 하는 돈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광석거리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김모(20) 씨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판을 안 받으려고 공소취소 특검법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봤는데, 결국 견제할 사람이 국민의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념보다 생존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동성로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정모(30) 씨는 “장사하는 사람들은 누가 우리를 지켜줄지를 보고 뽑는다”며 “상권 활성화나 주차 문제, 행사 유치 같은 현실적인 공약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자영업자 하모(33) 씨는 “(경기가) 내년엔 더 힘들 것 같다는 걱정이 먼저 든다”며 “대구는 역사가 깊고 문화적 역량도 크다. 대구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대안을 제시할 후보를 뽑고 싶다”고 밝혔다. 대구=윤채영·김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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