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정상화 과정”…서울 전세 사라질 일만 남았다[부동산360]

서울 임대차 시장, 월세 중심 재편
아파트 전세 거래량, 2015년 11월 이후 최저
수급불균형에 전세가격 상승 빨라져
실거주 중심 기조에 세입자 주거부담 가중


9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8574건으로 전년 동기(2만5240건) 대비 26.4%가 감소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어 있는 매물.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홍승희 기자] “전세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사금융인데 지금 사라져가는 추세.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 시장에 대해 이 같이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전세 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며 “그게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주인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무이자 대출’로 활용해 주택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세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8574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2만5240건) 과 비교해 26.4%가 감소했다.

매물이 줄면서 거래도 감소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 결과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7247건으로, 2015년 11월(6946건) 이후 가장 적었다. 부동산 거래 전반이 위축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입지는 크게 위축됐다. 5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중 전세 비중은 51%로 1년 전(57.5%) 대비 6.5%포인트(p) 감소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 매물 감소에 대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끝내고 그 기간 안에 팔라고 해서 (다주택자들이) 많이 팔았다”며 “원래 세를 주던 건데 팔았으니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래서 전세가 폭등이 온 것은 아니다”면서 “무주택자가 그 집에 들어가 살기 위해 산 것이라 수요가 그만큼 줄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세 매물이 줄자 전셋값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기준 누적상승률은 3.77%로 1년 전 동일기간(0.65%) 대비 상승폭이 6배에 이른다. 전국 누적 상승률도 1.99%로 지난해(0.04%)를 크게 웃돌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2026년 1월=100)를 봐도 지난해 4월 96.21에서 올해 4월 101.81까지, 매월 상승세를 이어갔다.

무주택자만이 ‘세 낀 집’ 매수가 가능하지만, 수요가 그만큼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매년 혼인에 나서거나 부모 세대로부터 독립하는 임대차수요가 있는 데다가, 학업이나 취업을 이유로 지역을 옮기는 수요도 더해진다. 게다가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이주 수요도 임대차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주 수요가 전세 가격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며 “임대차 시장의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지 예의주시하고, 필요하면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세 제도를 집주인의 관점에서만 비판적으로 볼 게 아니라, 세입자의 관점에서도 살펴야한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를 활용해 매달 지출되는 월세 부담을 줄이고, 그 기간 동안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전세가 축소되면 주택 구입을 위한 자산 형성 기회도 함께 줄어든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셋가격이 급등하면 세입자들은 아파트 대신 비아파트를 선택하거나 외곽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결국 주거비 부담 문제를 넘어 주거의 질과 주거 선택권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 [헤럴드DB]


규제로 인해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점도 시장에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한국도 선진국이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임대차 계약 추세가 월세로 이동 중”이라면서도 “10년~20년에 걸쳐 서서히 넘어간다면 충격을 덜할 수 있지만 지금의 문제는 10·15 대책 등 실거주 규제로 급격하게 전세 매물이 줄어든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택 정책이 ‘비거주 주택’에 대한 규제로 모아진 만큼, 임대차 매물 감소는 더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시장에선 임대사업자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면서 올해 말 종료를 앞둔 ‘상생임대주택(상생임대인)’ 제도도 폐지될 수 있다고 본다. 기존 임대료 대비 5% 이하로 인상한 임대인에게 2년 실거주 요건을 면제해 양도세 혜택을 주는 제도지만 현 정부가 펼치는 ‘거주 중심’ 정책 기조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올해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되는 서울 아파트(국토교통부 등록민간임대주택·2024년 말 기준)는 2만2822호에 달한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주거비용 상승이 발생하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감소하고 가계 개별의 생활수준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임금 상승 압력, 소비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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