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 끝나도…中企 숨통은 ‘9월 이후’ “원자재값·환율 변수” [중기+]

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중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10일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도착해 해상원유하역시설인 부이로 접근하고 있다. [연합]


미국-이란 종전 19일 스위스서 공식 서명 전망
중기 정상화까진 시간 걸릴 듯… 공급망 개선·환율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정 서명이 임박하면서 중동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수급난을 겪어온 중소기업계에 종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과 환율, 해상 운임 정상화 등까지는 시차가 걸릴 예정이어서, 중소기업 현장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되는 시점은 빨라야 9월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외신 및 중소기업 업계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합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과 미국 해군 봉쇄의 즉각 해제도 승인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미국과 이란이 평화 합의에 도달했으며, 공식 서명식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평화협정이 예정대로 체결될 경우 지난 2월 말 이후 이어진 중동발 공급망 불안은 완화될 전망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국제유가와 해상 운임,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뛰면서 플라스틱, 포장재, 필름, 비철금속, 건설·토목자재 등을 쓰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떠안아 왔다.

다만 종전 선언이 곧바로 원가 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시각이다. 전쟁 기간 누적된 원자재 재고 부족, 기존 고가 계약 물량, 해상 운송 지연, 고환율 부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재개되더라도 실제 원자재 조달과 국내 납품단가에 반영되기까지 최소 3개월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6월 초 공개한 ‘중동 관련 중소기업 원부자재 수급 애로 설문조사’에서 중동 정세가 생산활동에 미친 영향으로는 ‘원가 부담 증가’가 94.6%로 가장 높았다. ‘원부자재 물량 부족’ 응답도 80.7%에 달했다. 조업 차질을 겪었다는 응답은 19.8%, 납품 지연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12.4%였다. 가격 상승 폭도 컸다. 올해 2월 말과 비교해 주요 원부자재 평균 매입단가가 20% 이상 올랐다고 답한 기업은 71.9%였다. 특히 포장재·필름·종이를 사용하는 기업군에서는 가격이 80% 이상 상승했다고 답한 비율이 31.4%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현재 재고가 적정 수준의 30% 미만이라고 답한 기업도 23.7%였다. 보유 재고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1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은 36.1%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중소기업 3곳 중 1곳 이상은 종전 합의가 체결되더라도 당장 한 달 안에 원부자재 재고가 바닥날 수 있다는 의미다.

환율도 변수다. 원·달러 환율은 중동전쟁 장기화 과정에서 1500원대에 진입하며 수입 원자재를 사용해 내수용으로 제조해 파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키웠다. 당장 환율이 하락한다 하더라도 기업들은 이미 고환율 구간에서 체결한 수입 계약과 결제 물량을 안고 있어 완전한 정상화까지엔 시차가 걸린다.

김희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6월 내에 종전이 된다면 일단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이 다행이다. 그렇다고 공급망이 일시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며 “당장 이번 주에 종전이 된다고 해도 정상화되려면 9월이 넘어가야 한다. 특히 플라스틱 업종의 경우 피해가 막심했기 때문에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종전 합의는 불확실성 해소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중소기업은 재고를 줄이며 버텨온 시간이 길다”며 “원자재 가격이 실제 납품단가에 반영되고,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는 정부와 업계의 모니터링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정부 구두 개입과 이란 전쟁 종전 가능성에 일단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14일 서울 중구 명동 일대 환전소에서 외국인들이 환전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시적 1600원을 돌파하는 단기 충격은 바로 회복할 수 있다면 문제없으나 1500원대 환율이 일상이 되는 건 경제 체질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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