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모델 틀어막고, 中 인재·데이터 통제…韓 ‘AI주권’ 기로에

美, 앤트로픽 최신모델 외인접근 차단
中, 내달 기술·인재·데이터 유출 통제
각국 AI 국가안보 전략자산화 수위↑
韓, 독파모 프로젝트 ‘골든타임’ 사활


앤트로픽이 개발한 클로드 미토스의 로고. [게티이미지]



한·미·중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AI가 국가안보와 산업 주도권을 좌우하는 전략자산으로 떠오르면서, AI 기술과 인재를 자국에만 묶어두는 ‘AI 국경선’이 생기고 있다.

미국은 최첨단 AI 모델의 접근권을 틀어막았고, 중국은 기술 인력과 데이터의 해외 유출을 막는 장벽을 높이고 있다.

‘소버린 AI(AI 주권)’ 확보가 시급해지면서 한국도 독자 AI 모델과 데이터 주권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 12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지침에 따라 최신 AI 모델인 ‘페이블(Fable) 5’와 ‘미토스(Mythos) 5’에 대한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차단한다고 공지했다.

적용 대상은 해외 이용자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물론 앤트로픽 소속 외국인 직원까지 포함되면서, 사실상 비미국인의 모델 이용이 전면 중단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최첨단 AI 모델을 단순한 상업용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페이블5와 미토스5는 사이버보안 영역에서 높은 성능을 보이는 모델로 알려져 있다.

한국도 즉각 영향권에 들어갔다. 앤트로픽은 앞서 미토스 기반 글로벌 사이버보안 협력체인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대상을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텔레콤,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을 포함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수출통제 조치로 국내 기관과 기업의 미토스 활용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앤트로픽의 접근 제한 조치가 국내 참여 기관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하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AI 패권 경쟁의 전선이 모델 접근권으로까지 확대됐음을 보여준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외적으로는 오픈소스 모델과 개방형 생태계를 내세우지만, 내부적으로는 기술 인력과 데이터의 해외 유출을 막으며 핵심 AI 자산을 자국 안에 묶어두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중국 국무원은 오는 7월 1일부터 ‘대외투자에 관한 규정’을 시행한다. 기업이나 개인이 해외투자 과정에서 국가가 제한한 상품, 기술, 용역, 데이터 등을 당국 허가 없이 해외로 이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해외 파견 인력을 통해 기술지도를 하거나 인력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한 기술과 관련 데이터를 이전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 고급 AI 인재의 해외 이동이나 해외 기업과의 기술 협력이 한층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마누스’ 사태는 중국이 핵심 AI 자산을 자국 안에 묶어두려는 기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중국 본토에서 성장한 마누스는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긴 뒤 메타에 매각되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중국 당국은 외국 자본의 인수를 금지하고 계약 철회를 명령했다. 중국의 규제망을 우회한 해외 이전과 매각을 차단한 셈이다.

한국도 비상이 걸렸다. 자체 ‘소버린 AI’ 구축이 분초를 다투는 시급한 과제가 됐다.

당장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모델(독파모)’ 개발 프로젝트가 더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다. 자칫 ‘글로벌 AI 주도권’ 싸움에서 완전히 뒤처지지 않도록 독파모의 완성도를 높여 마지막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AI 모델 접근권이 통보 한 번으로 제한될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특정 해외 모델에만 의존하기보다 국내 모델과 미국 폐쇄형 모델, 중국·유럽계 오픈소스 모델 등을 함께 검토하는 복수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중국은 인재와 데이터를 통제하고, 미국도 서비스 자체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동맹국 지위만으로 많은 것을 열어주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소버린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며 “미국, 중국, 유럽 모델을 모두 활용하되 국가 인프라와 국방에 관련된 영역에서는 결국 우리 것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도 이번 조치를 “AI 기술 종속이 됐을 때 벌어지는 일”로 평가하며 “이런 일이 계속 생길 수 있는 만큼 자체적인 AI 역량, 즉 소버린 AI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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