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울린 스페이스X ‘국내 배정 공모주 0주’ [이슈&뷰]

스페이스X 상장 첫날만 20% 급등
인수단 참여 미래에셋 1주도 못받아
ETF 편입 예정 자산운용사들 난감
우주 ETF 기대 투자자들 망연자실



공모주 ‘0주’. 전 세계 투자업계를 뒤흔들며 ‘세기의 투자쇼’로 꼽힌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가 막을 내렸다. 공모주를 한 주라도 더 확보하고자 전 세계 투자자들은 혈안이 됐다. 그 결과, 국내 투자업계가 확보한 공모주는 ‘0건’이었다.

국내에서 인수단에 이름을 올린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했다. 미래에셋증권마저 결국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에게 증거금을 전액 환불했다. 공모가로 스페이스X를 확보하려던 국내 투자자들, 자산운용사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미래에셋증권도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관련기사 6면

공모주 0건이라는 굴욕은 ‘K-증시’의 현실을 냉엄하게 보여줬다. 글로벌 규정과 다른 국내 규정은 공모주 투자 초기부터 걸림돌이 됐다.

단기간 투자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과열된 업계 마케팅은 투자자 혼선을 부추겼다. 앤트로픽이나 오픈AI 등 스페이스X를 뒤이은 대형 IPO도 예고돼 있다. 후발주자인 ‘K-증시’가 세계 투자 무대에서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제도 정비와 업계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스페이스X 공모주 사태에서 글로벌 초대형 IPO 시장의 배정 구조와 국내 투자자 안내 관행이 함께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은 상장 당일 오전까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서류상 인수 물량이 기재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대표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상장 직전 고객 판매용 물량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서류에는 미래에셋증권의 인수 물량으로 231만4815주가 기재됐지만, 이는 최종 고객 판매 가능 물량과는 달랐다.

업계에선 국내 공모주 청약 관행과 미국 IPO 배정 방식의 차이가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공모주 청약 이후 일정 기준에 따라 물량을 배정받는 구조가 익숙하다. 반면 미국 IPO는 대표 주관사의 재량과 기관 수요, 발행사와의 관계, 장기 투자자 여부 등이 배정에 영향을 미친다. 인수단 명단에 이름을 올리거나 투자 설명서상 물량이 기재됐더라도 최종 고객 판매 물량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건 인수단 참여 여부나 투자 설명서상 기재 물량 등이 아닌 실제 배정 가능한 물량이다. 그러나 해외 IPO는 최종 배정 전까지 물량이 변동될 수 있고, 주관사 재량이 큰 구조다. 이에 생소한 국내 투자자에는 ‘참여 가능성’과 ‘확정 배정’의 차이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설정한 사모펀드를 통해 스페이스X IPO에 자체 투자했고,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 등 계열사가 기관투자가 자격으로 참여한 별도 물량을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량은 국내 고객 판매용 공모주와 별도로 취급됐다.

청약 투자자들은 결과적으로 손해를 입게 됐다. 공모가 135달러에 스페이스X 주식을 배정받을 기회를 잃은 데다, 청약 기간 자금이 묶이면서 기회비용이 발생했다.

청약 자금을 빌려 마련했다면 이자 부담도 남을 수 있다. 자산운용사는 스페이스X 공모주를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해 상품 차별화를 꾀했지만, 공모가 편입 계획이 무산됐다. 이후 장내 매수로 대응한 운용사도 있으나, 이 경우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스페이스X를 담아야 한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IPO에서 62억달러 이상을 신청했고, 최종적으로 22억달러어치를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 대부분은 개인투자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이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고지했는지, 투자자 안내와 마케팅 과정에 과장 소지가 없었는지 등을 확인 중이다. 확정된 물량인지, 배정 가능성이 있는 물량인지, 최종 고객 판매용 물량인지가 투자자에게 명확히 전달됐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미국식 배정 메커니즘은 국내 투자자에게 낯선 만큼, 최종 배정 가능성과 미배정 가능성, 주관사 재량 구조를 명확히 안내하는 것이 투자자 보호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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