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前 기준금리 인상 ECB “인플레 파급 효과 이미 시작”

이란 전쟁이 종전되기 전인 지난 11일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올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유럽중앙은행(ECB)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15일(현지시간)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파급효과라 이미 경제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이미 경제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며, 지난 11일 단행했던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CB는 지난 11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 중에서는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당시 유럽 경기 둔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이어, 14일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타결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면서 금리 인상이 성급한 판단이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프랑스 매체 프랑스퀼튀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주 동안 인플레이션의 간접 영향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사실을 분명히 확인했다”며 “우리가 특히 주목하는 지표는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기조 물가”라고 꼬집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종전 협상 타결에 대해 “앞으로 며칠 동안 진행 상황과 양해각서(MOU) 서명으로 확정된다면 좋은 소식”이라 환영하면서도 이란의 농축 우라늄 처리 등 합의할 게 많이 남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라가르드 총재는 섣부른 금리 인상이 경기 둔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프랑스에서 종종 그런 비판이 들리는데 이해한다”며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난다면 억제해야 한다. 장기적 인플레이션 상황은 소비자와 산업계 모두 감내할 수 없고 나는 책무를 다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물가 급등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 소식에 이날 전장보다 5% 넘게 떨어졌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를 두고 미국과 이란의 입장차가 여전하고, 석유·가스 공급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독일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중동 지역 생산시설이 일부 손상됐거나 가동이 중단됐고 비축량도 줄었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곧 가능해지더라도 석유 공급이 다시 정상화하려면 몇 달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동전쟁 발발 이후 기름값 상한제와 유류세 감면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21개국) 각국이 내놓은 대책을 빼놓고 본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질 것이라 전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안정책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4% 끌어내렸다고 추정하고 있다. 5월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로 ECB 목표치인 2.0%를 크게 웃돌았다.

그나마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서는 전망이 다소 완화됐다. 지난주만 해도 ECB가 올해 40bp(1bp=0.01% 포인트) 이상 정책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측이 많았으나, 종전 협상 타결 이후인 이날에는 30bp로 예상치가 낮아졌다.

중앙은행의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되는 것은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겔 총재는 “현재 금리 수준은 여전히 대체로 중립적”이라며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모든 선택지를 열어둘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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