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향후 기술적 협상” 미해결 인정
②60일 핵협상
美 “이란, 핵무기 생산·개발·보유 포기”
이란 “HEU 한정…미사일 제외” 딴소리
③동결자산·제재 완화
“MOU 대가 경제보상無…이란에 달렸다”
경제지원 변수…유럽 등 동맹관리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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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정에 합의한 가운데 15일(현지시간)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다. [로이터] |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합의하며 중동 위기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국제유가는 하락하고 금융시장도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앞에는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이란 핵프로그램 처리, 이란 동결자산 해제 및 제재 유예라는 세 개의 굵직한 난제가 남아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과 제재 완화, 핵물질 처리 방안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극명해 앞으로 60일간 진행될 후속 협상이 종전 합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15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안도감을 줬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새로운 정치적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게 된다는 점”이라며 “그들은 강력한 감시 체제 아래 핵무기를 갖지 않기로 전적으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해협이 개방될 것이라는 합의를 이뤘고 거기에는 통행료가 없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무료로 개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협정이 “세계에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한동안 막혀 있던 석유 공급이 다시 흐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무료’ 발언은 앞서 이날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미·이란 간 종전 MOU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 수수료’ 징수권이 인정됐다”고 보도한 것과 반대되는 입장이다.
이란 소식통은 “최종안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해상 항행 서비스 관리는 이란과 오만이 결정한다’는 내용이 명문화됐으며 특히 ‘해상 서비스’라는 용어를 명시한 건 이란의 수수료 징수 권리를 미국이 공식 인정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JD 밴스 부통령 역시 미국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의 기대는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적으로도 통행료 없이 개방되는 것”이라면서도 “이는 향후 기술적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상 통행료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음을 인정한 셈이다.
유가 문제 역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다해도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정상화되고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가 복구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CIS의 데이비드 조르베나제 글로벌 석유시장 책임자는 “전쟁 이전 수준의 해상 물동량이 완전히 회복되는 시점은 현실적으로 2027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는 선박이 빠져나온다 해도 신규 유조선의 진입 속도는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경제적 보상 문제도 입장 차가 크다. 미국은 MOU 서명의 대가로 동결자금 해제나 제재완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란의 비핵화 이행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재를 완화해줄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란은 250억달러 규모 동결자산 해제와 석유·석유제품 제재 완화, 나아가 3000억달러 규모 재건 기금 조성까지 협상 의제에 포함됐다고 주장한다.
미국외교협회(CFR)는 지난 12일 보고서에서 미국은 특정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이란 자산이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제난을 겪는 이란은 즉각적인 제재 완화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양측 모두 유연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도 시각차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의 핵심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검증 체계 구축, 핵무기 개발 차단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의 요구가 고농축 우라늄 문제에 국한돼 있으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역내 대리세력 문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양측은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 체계, 제재 해제 범위와 시점 등을 놓고도 상당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전쟁 중단 자체에는 합의했지만 핵심 현안 대부분은 후속 협상으로 넘겨진 상태다.
미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종전합의에 대해 쟁점을 해결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실패라고 평가했다.
빅토리아 테일러 애틀랜틱카운슬 ‘이라크 이니셔티브’ 국장은 미·이란 합의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군사력을 약화하고 주요 이란 지도자들을 제거했음에도, 애초 목표로 했던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해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며 앞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능력을 강력한 무기이자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번 휴전이 더 영구적인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일시적이고 취약한 합의에 그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또한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네이트 스완슨 ‘중동 안보 이니셔티브’ 선임연구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후속 합의가 없는 MOU는 불안정하다”며 MOU에 명시될 목표와 최종 합의안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스완슨 선임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운영방식, 이란의 핵 양보, 이란에 대한 재정적 인센티브 및 제재 완화와 관련한 핵심 문제들은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이 자국의 안보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할 경우 정치·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해 합의를 저지하거나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