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퇴출 압박에 제지·건자재株 액면병합 행렬

1000원 미만 ‘동전주’ 상폐 요건 신설
한솔홈데코·동양·한국제지 주식병합
벤처업계 “상장폐지 요건 재검토 필요”


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의 이른바 ‘동전주’가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되면서 제지·건자재·가구 등 전통 제조업 상장사들이 액면병합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둔화, 제지 수요 구조 변화, 대주주 지분 집중, 자산재평가 등 우려가 맞물리며 주가 관리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22일 중견·중소기업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 계열사 동양은 최근 보통주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0원으로 높이는 주식병합을 결정했다. 동양의 병합은 레미콘·건설 업황 부진 속에서 시장의 평가 단위를 다시 맞추려는 성격이 강하다.

동양은 레미콘을 중심으로 한 건재사업과 건설·플랜트사업을 하고 있는데 최근 레미콘 부문 매출이 2023년 4977억원에서 2025년 3814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엔 영업이익까지 적자로 돌아섰다. 동양은 올해 부동산 개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고, 데이터센터·개발사업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에 결정된 액면병합은 낮아진 주가 레벨을 다시 재정비하고, 유통주식 수를 줄이려는 시도다.

한국제지도 5대 1 주식병합을 추진한다고 지난달 29일 공시했다. 한국제지의 현 주가는 600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제지의 최대 주주인 해성산업은 한국제지 지분 84%를 넘는데, 통상 이처럼 대주주 보유 비율이 너무 클 경우 주가가 하방으로 눌러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제지산업의 낮은 성장성과 종이 사용량 감소 등은 업계의 공통된 고민 지점이다. 한국제지의 주식 병합결정으로 주권 매매 거래가 7월 27일부터 2주일간 정지되는데, 거래 재개 시점은 8월 13일이다. 주식병합이 되면 한국제지의 주당 가격은 3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나, 대주주 보유 비중이 큰 탓에 주권 거래가 활성화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상장사들이 잇따라 액면병합에 나선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상폐 기준 강화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7월 1일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폐 절차가 진행된다.

액면병합이 상폐 요건 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데에는 한계도 있다. 금융당국은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 관리종목이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통해 형식적으로 기준가를 끌어올리는 우회를 막기 위해 반복적이거나 과도한 주식병합·감자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한솔홈데코도 액면가 1000원 주식 5주를 액면가 5000원 주식 1주로 병합했다. 한솔홈데코의 주식 병합은 동전주 규제 대응과 함께 건자재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회복을 겨냥한 조치로 읽힌다.

한창제지는 병합과 자산재평가를 함께 추진했다. 한창제지는 액면가 500원 주식을 2500원으로 병합하는 동시에 경남 양산 본사 공장과 부수 토지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했다. 장부가 기준 약 256억원 규모 자산이 대상이다. 가구업체 에넥스는 액면병합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에넥스는 액면가 500원 보통주 5주를 액면가 2500원 보통주 1주로 병합했지만 변경상장 첫날 장중 22%대의 하락을 기록했다.

벤처업계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최근 ‘자본시장 개편 관련 5대 정책과제’를 발표하고 상폐 요건, 코스닥 세그먼트·승강제, 중복상장 규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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