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이동한지 오래”…황당한 구리

“살 사람 이미 다 사고 갭투자자도 떠나”
집값 7.8% 올랐지만 매물 1년새 54%↓
가격조정 우려에 실수요자 계약금 보류


작년 가을부터 연초까지 파도가 쓸어가듯이 집이 팔렸죠. 충남, 부산에서도 와서 하루에 30명이 집을 볼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잠잠해요. 잔금치르면서 상투 잡는 거 아닐까 내심 걱정도 하시고요. 할 때 한번에 (규제지역으로) 다 묶던지….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네요. (구리시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국토교통부가 경기 화성시 동탄구·용인시 기흥구·구리시를 1일부터 규제 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지정한다고 밝힌 30일, 구리시 인차동의 대장아파트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 단지 일대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 단지는 84㎡(이하 전용면적)가 지난해 10·15대책 이후 그달 12억원을 돌파, 올해 6월 초에도 13억5000만원(8층)에 거래가 나오며 신고가를 이어진 곳이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3억원이 오르며 매수세가 붙자, 최근 한 달 사이 매도 호가를 1억원을 올리는 집주인도 나왔다.

단지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를 대로 오른 집값에 저희도 매수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을 느끼고 숨 고르는 상황”이라며 “부동산들은 잔금 기다리는 곳들이 대부분이고 선수들(갭투자자)은 발표 전부터 다산(남양주) 쪽으로 이동한 지 오래”라고 귀띔했다.

10·15대책의 대표적인 규제 풍선효과 지역으로 손꼽혔던 구리시는 갭투자자와 실수요자가 몰리며 6월22일 기준 올해 누적 매매가격지수 변동률(한국부동산원)이 7.87%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96건 거래된 인창4단지주공의 경우 지난달 18일 59㎡(이하 전용면적, 공급 기준 79B)가 7억4500만원(14층)에 신고가에 손바뀜이 일어나며 1년 전(5억원 초반대) 대비 2억원이 넘게 집값이 올랐다.

현재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인창동의 경우 9억원 아래의 중저가 아파트 거래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거래가 활발해지며 매물은 급감했다.

1년 전 2509건이었던 구리시의 매매 매물(아실)은 현재 1151건으로 54.2% 줄었다. 그 사이 서울 및 타 지역 집값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집값이 더 비싼 지역으로 갈아타기하려던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인창동 걸 팔고 동탄으로 가려던 사모님이 있었는데 동탄이 너무 올랐다고 ‘더 살아야겠다’며 매물을 거뒀다”면서 “여긴 ‘삼전닉스’가 없지 않냐. 매수자 입장에서는 살 만한 건 다 팔리고 매물은 줄어드니 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59㎡ 이하 중소형 평형이 많은 단지를 중심으로만 매수세가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인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잠실로 출근하는 90년대생 신혼부부들이 입소문을 타고 보금자리론을 껴서 많이 샀다”면서 “젊은 분들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삼보아파트는 90㎡~114㎡부터라 최저 호가가 9억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자금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평일 오후임에도 집을 보는 신혼부부들이 두세팀 보였으나 적극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늘 계약금 5000만원을 쏠 뻔한 손님(실거주 목적)이 있었는데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제로 집값이 좀 빠지지 않겠냐며 대기하겠다고 말씀하시더라”면서 “갭투자자들도 문의 전화가 오기는 했는데 막상 입금에는 주저해 가계약하신 분은 아직 없다”라고 했다.

인창동의 공인중개사 D씨는 “규제지역 발표가 나자마자 자녀 집을 사주려고 고민했던 강남 손님한테 전화를 했는데 ‘살 만한 집들이 다 빠져서 지금 사기에는 자금이 아깝다’는 반응이었다”면서 “6억이 안 넘던 게 1억5000만원 가까이 올랐으니 올라도 얼마나 더 오르겠냐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구리=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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