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 장윤기 성범죄 증거 내다 버린 현직 경찰 父 처벌 못해…정성호 “‘친족상도례’ 개선 검토 필요”[세상&]

검찰, 보완수사로 장윤기 아버지의 증거인멸 정황 확인
‘친족 특례’로 처벌 불가…정성호 장관 개선 필요성 언급


살인·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운데)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른바 ‘광주 여고생 살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의 범행과 관련한 증거를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훼손·폐기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다. 하지만 형법상 ‘친족 특례’ 조항에 따라 처벌을 면하게 되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관련 규정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을 비롯한 다수의 혐의를 받는 장윤기가 기소되기 전 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던 기간 중, 그의 주거지에 있던 성인용품(리얼돌) 다수와 휴대전화 등이 사라졌다.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해당 물건들을 훼손하고 폐기하는 등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확인했지만, 형법상 친족은 처벌할 수 없다는 친족 간 특례 때문에 형사입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형법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 4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본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날(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직 경찰관인 아버지가 중요 증거를 인멸했음에도 곧바로 제재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며 “현재 우리 법은 증거인멸죄에 있어 가까운 친족이 이를 범한 경우 ‘친족 특례’로 처벌을 면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족을 감싸고자 하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혈연적 본성을 사법의 관점에서 고려한 것”이라고 적었다.

정 장관은 “다만 지난해 12월 유사한 취지로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의 처벌을 면제해 주던 ‘친족상도례’ 규정도 시대적 흐름에 맞춰 폐지한 만큼, 이 특례 역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고(故) 이채원 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지검 형사3부(부장 김진희)는 지난달 2일 장윤기를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자정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인적 드문 보행로에서 고교 2학년 여고생 이채원 양을 살해한 혐의로 범행 당일 아침 긴급 체포됐다. 같은달 7일에는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경찰은 구속 상태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당시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는 장윤기에게 형법상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는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장윤기의 살해 범행에 성범죄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파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일반 살인 혐의를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으로 변경해 장윤기를 기소했다. 일반 살인 혐의는 형량 하한선이 5년이지만, 강간 등 살인 혐의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으로 처벌한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에서 압수되지 않았던 증거들의 존재 사실을 검찰의 보완수사 단계에서 확인해 장윤기의 성범죄 의도를 밝혀냈고, 당초 경찰이 송치했던 단순 살인이 아닌 ‘강간목적살인죄’ 등으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며 “단순 살인은 징역 5년까지 하한선이 있지만, ‘강간목적살인죄’는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 선고만 가능할 정도로 두 죄의 형량 차이는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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