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비자 시행 관련 한인업계 반응

지난 24일 한국인의 미국 무비자입국을 위한 실무협상이 타결되면서 빠르면 내년 1월 시행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여행, 호텔, 요식업 등 관련 한인업계가 기대감에 들떠있다.

하지만 업계 한편에서는 철저한 준비 없이 막연한 기대만으로 무비자 입국 시행을 기다리는 것은 자칫 시장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외면 당할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측은 해외 여행 경험이 많은 한국인들은 그만큼 여행의 질적 수준이 높아진 상태라며 LA지역 한인사회의 관련 업계가 전반적으로 눈높이를 맞춰가는 준비 작업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행업계
무비자입국 시행후 가장 큰 수혜를 받을것으로 보이는 한인 여행업계는 현재 한국에서 오는 패키지 관광객 수가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월평균 1,000여명에 그치고 있다. 업계는 무비자 시행이후 1년간 150%, 2년간 200%이상의 여행객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패키지 투어를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당 서부지역에만 20여개에 달하는 2일~7일짜리 일정의 패키지 투어 상품에 대한 재구성 작업을 올초부터 진행해 왔다. 또한 현지 여행객 수요가 많은 연휴기간 등을 활용해 새로운 여행 상품에 대한 시장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패키지 중심의 상품 운영방식을 운영 중인 한인여행업계는 무비자 이후 급증한 개별 자유여행객에 대한 대비도 병행해 시장 초기 확실한 선점 효과를 보겠다는 계산이다. 업계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미국 여행을 즐기려는 학생들과 회의 참석 및 수출 상담, 시장개척을 위해 미국을 찾는 기업체와 중앙 및 지방정부 관계자들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미 전역의 관광지와 호텔, 운송, 식당 등 연계 업소들의 공조관계를 강화할 참이다.

◇호텔업계
LA한인타운과 다운타운에 한인 이용빈도가 높은 10여개의 호텔들이 보유하고 있는 객실수는 2,000여개이며 이중 한국관광객의 평균 이용 비율은 전체의 40%, 평균 투숙률은 70%수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무비자 시행 이후 한국인 이용률 뿐 아니라 전체 투숙률 역시 급증할 것으로 기대돼 수요 초과현상까지 예상된다.

업계는 한국 관광객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이미 지난 2006년부터 대대적인 시설 개선에 나서 상당수 호텔들이 지난해 연말을 전후해 작업을 마무리했다. 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일부 호텔들 역시 규모에 따라 300만달러에서 4,000여 만달러의 비용을 투입해 연말까지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한국 관광객이 지난해에 비해 30%이상 줄었는데 무비자 시행으로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호텔의 매출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요식업계
LA한인타운과 인근지역에 산재해 있는 1,000개 이상의 한인이 운영중인 요식업체들 역시 무비자 시행이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경기침체 지속의 여파로 최근까지 매물로 나온 식당과 커피숍 등 요식업체들이 한인타운에만 200개가 넘을 정도이며 이마저 대부분 거래되지 않고 있다.

업계는 무비자 시행 이후 관광객 증가로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에따른 매물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업주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과도한 저가중심의 가격 경쟁 체제로는 신규 한국 관광객들의 외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매출 부진과 재료비를 비롯한 전반적인 고정비용 상승으로 악전고투하고 있는 업계는 막연한 가격 경쟁보다는 다양한 비용절감 속에서 지속적인 새로운 메뉴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지속적인 메뉴 개발을 통해 급증이 예상되는 한국 관광객의 뿐 아니라 현재 한인들에 국한돼 있는 고객층을 타인종 등 보다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30여년간 한식당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무비자 시행은 호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와 같은 무분별한 경쟁체제에서는 시장 확대도 되기 전에 외면을 받을 수 있다”라며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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