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의 그림같은 카페 세곳

봄을 맞은 캘리포니아의 날씨가 그야말로 눈이 부시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서 친구와 차 한잔씩 놓고 하염없이 앉아만 있어도 좋은 계절, 여기에 마음을 넉넉하게 만드는 예술작품과 음악이 곁들여지면 어떨까.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오렌지카운티의 ‘열린 공간’들을 소개한다. 프랑스 시골마을 같은 카페, 삶과 예술을 논할 수 있는 아지트, 기타선율이 흐르는 갤러리 등 아는 사람만 안다는 오렌지카운티의 ‘완소공간’들이다.

풀러튼 ‘갤러리 & 카페 베로네제(Veron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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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베로네제 입구
일명 ’4·19카페’로 알려진 ‘베로네제’는 한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전 풀러튼 시장이었던 샤론 쿼 실바 연방하원의원의 결혼피로연 장소로 쓰였을 정도로 타커뮤니티에 알려져 있고 카페를 운영하는 김지오-김영희 부부가 프랑스 유학파 아티스트인 관계로 한인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돼있다.
 
‘베로네제’ 건물은 풀러튼 시가 지정한 ‘Historic House’로 1913년 풀러튼 뉴스출판사 게일 모어 회장의 사택으로 지어졌던 100년 된 고주택이다.
 
김씨 부부는 이곳을 지난 2003년 구입해 1년여에 걸친 리모델링을 통해 풀러튼에서 가장 아름다운 프렌치 카페로 재탄생시켰다.

화가인 아내 김영희씨를 위한 아름다운 아뜨리에, 게스트 하우스를 개조해 만든 갤러리는 이곳을 ‘예술의 공간’으로 만들었고 아련함이 느껴지는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식 정원은 ‘자연의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고철수집이 취미라는 김지오씨의 수집품들이 카페와 갤러리, 정원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마치 ‘베로네제’가 하나의 엔틱작품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곳을 ‘작은 프랑스’라고도 부른다.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 프랑스이다 보니 그곳에 대한 그리움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 같다. 처음부터 카페를 만들 생각은 없었고 그저 그림쟁이 친구들이 편하게 들러 함께 이야기나눌 집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졌다(웃음)”

벌써 9년째, 손님들은 대부분 ‘베로네제’만의 분위기에 매료된 매니아들이다. 불쑥 들어간 손님을 요란하게 반기는 종업원도 없다. 차 한잔 손에 들고 갤러리로 정원으로 산책을 해도 무방하다. 유럽 스타일의 샌드위치와 파스타도 일품이다.
 
타인종 손님에게 가장 인기있는 메뉴가 ‘양은냄비 라면’이라니 이 또한 반전의 즐거움이다. 현재 갤러리에서는 재독작가 노은님씨를 비롯해 6인의 작가가 참여하는 ‘개개인의 신화’전이 열리고 있으며 오는 24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매월 둘째 일요일에는 한인미술가협회에서 주관하는 ‘현대미술아카데미’가 열리고 있다. 한인들에게 익숙한 풀러튼 도서관에서 도보거리이니 오가는 길에 편안히 들러봐도 좋겠다.▶주소 419 W Commonwealth Ave. Fullerton ▶전화: 714-578-8265▶홈페이지: www.419cv.com

부에나 팍 ‘카페 7th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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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7th Home’의 첫인상은 마치 홍대앞이나 청담동 카페에 온듯한 세련된 분위기에 둘러볼 수록 곳곳에 주인장의 범상치 않은 감각과 손님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오렌지카운티에도 좋은 카페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7th Home’의 스캇 오 대표는 1년여에 걸쳐 한국을 오가며 홍대, 청담동은 물론 ‘프로방스’, ‘민들레영토’ 등 전국의 유명한 카페는 모두 찾아 다니며 영감을 얻었다.

‘카페 7th Home’의 매력은 획기적인 공간활용에 있다. 우선 로케이션을 과감하게 상업지역이 아닌 주택가로 택했다. 또한 5천 스퀘어피트에 달하는 공간에 테이블 하나라도 더 놓기 보다는 건축물과 주위환경을 고려한 ‘여백의 미’를 살렸다. 덕분에 카페를 오픈한 2011년 부에나팍이 선정한 ‘아름다운 건물’ 상업용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안락한 분위기의 메인홀을 중심으로 지중해 해안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의 페리오와 프라이빗 공간으로 마련된 다양한 사이즈의 미팅룸들은 ’7th Home’만의 자랑이다. 메인홀과 프라이빗 룸을 잇는 복도에는 지역 예술인들의 사진, 그림들이 늘 전시되고 있다.

‘시각’ 뿐 아니라 ‘미각’도 즐겁다. 샌드위치와 함께 내놓는 ‘고구마튀김’과 퓨전요리인 ‘매운 철판 우동’은 단골들이 권하는 ‘강추메뉴’다. 부드럽고 깊은 향의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도 유명하다. 눈과 입이 행복한 덕에 ‘카페 7th Home’은 오픈 2년이 채 안돼 풀러튼, 부에나팍의 완소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프라이빗 룸들은 주부 뜨개질 교실, 성경공부, 스타디 그룹 등 다양한 모임의 장소로 각광받고 있는데 부에나팍 시 경찰들의 오찬회의도 매주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또한 아름다운 페리오는 프로포즈 장소, 브라이덜 샤워, 베이비 샤워 등 가족단위의 파티공간으로도 인기있다.

“페리오 파티는 많은 인원보다 20명 정도의 가족적인 분위기의 파티에 적당하다. 얼마전 팔순을 맞으신 어머님을 위해 자제분들이 생일파티를 열어드렸는데 직원들이 보기에도 참 훈훈했다. 어떤날은 비밀리에 프로포즈를 준비하는 남자손님을 위해 종업원들 모두가 첩보원처럼 뛰어 다니기도 한다(웃음)”

스캇 오 대표는 ’7th Home’이 지역 주민들을 위한 휴식처와 문화공간으로 자리잡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자 보람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야외콘서트나 전시회 등을 통해 더욱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선보일 계획이다.▶주소 6291 Homewood Ave, Buena Park, CA 90621 ▶전화:(714) 735-9291▶홈페이지: www.cafe7thhome.com

부에나팍 ‘린제이 갤러리(Lynn J.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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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문을 연 ‘린 제이 갤러리’(Lynn J. Gallery· 대표 린다 박)는 문화생활에 목말라 있던 OC 한인들에게는 그야말로 단비 같은 곳이다.

3천 스퀘어피트에 달하는 전시관과 소극장을 갖추고 있는 ‘린제이 갤러리’는 지금까지 그림, 도자기, 공예, 사진 등 다양한 전시회를 통해 생활 속의 예술공간의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

“린제이 갤러리는 누구라도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다. 각종 미술품 전시회는 물론이고 음악회, 연극 등 소극장 공연 등을 통해 이민생활에 지친 영과 육이 쉴 수 있는 문화적 쉼터를 제공해 드리고 싶다”

린다 박 대표와 이정희 큐레이터는 이곳이 특히 여성들을 위한 열린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혹은 장바구니를 들고도 부담없이 찾아오는 곳이면 좋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시로 깜짝 이벤트를 열어 이웃들을 초대하곤 한다. 전시회 때마다 티파티 형식의 리셉션을 열고 마음이 통하는 뮤지션이 있으면 곧바로 소극장 공연을 열어 주위에 알린다. 입장료도 없다. 그저 린제이 갤러리를 아끼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초대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또 하나의 바람은 이곳이 무명의 신인작가들을 위한 희망의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재능은 있지만 연이 없고 돈이 없어 전시회를 열지 못하는 무명, 신인작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에 작은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고 전한다.

‘린제이 갤러리’는 봄을 맞아 주부들을 위한 문화 예술 강좌를 시작했다. 화가, 대중문화평론가, 사진작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각 강사로 나서 쉽고 재미있는 ‘예술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매월 첫째 목요일 오전 10시 30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며 맛있는 점심식사도 제공된다. ▶주소: 5731 Beach Blvd #201, Buena Park, CA 90621
▶전화: 714-521-5700

하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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