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혜라는 인물은 연기자로서 매우 욕심나는 캐릭터에요. 감성적인 캐릭터를 하고 싶었던 차에 제의를 받았어요. 다양성을 가진 인물을 연기하는 건 연기자로서 행운이에요. 영혜라는 인물이 쉽지는 않았지만, 신기하게 처음부터 대본을 보면 이 사람을 대하는 게 느껴졌어요.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희열을 느끼면서 연기를 했어요.”
‘황금무지개’의 시작은 영혜다. 모성애에서 비롯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에 눈물로 시작해서 눈물로 끝나게 된다. 하지만 도지원은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내가 이런 감성을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졌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는데,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그 상황에 빠져서 울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감독님도 중간쯤에는 눈물을 줄였으면 할 정도였으니까요. 정말 신기했어요. 그런 걸 보면 제가 영혜라는 인물에 빠져서 굉장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촬영장 분위기는 좋고 행복했다. 만족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이어가던 도지원은 작품 중간 화보 촬영을 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느 순간 자신의 얼굴에서 ‘우울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연기자들이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면 분위기가 바뀐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그 정도로 변할 줄은 몰랐어요. ‘아! 작품 끝나고 빨리 분위기를 바꿔야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재미있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캐릭터에 몰입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뿌듯한데, 제 일상이나 다음 작품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보고 싶은데 슬픔을 가지고 살 수는 없잖아요.”
연기를 시작하며 캐릭터만을 쫓았던 도지원은 서두르지 않고 휴식을 취하며 기다렸다. 하지만 시나리오가 그에게 주어지는 것은 의도대로 되지 않는 일이었다. 결국 지금의 나이에 이르게 됐다.

“코믹, 멜로 등 어떤 장르도 소화하는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그 시기에 맞는 시나리오가 있어야 하잖아요. 정말 좋은 시기, 나이에 맞는 시기가 있었는데 놓치고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최근에 ‘웃어야 동해야’, ‘일말의 순정’, ‘황금무지개’ 등을 하면서 예전 ‘여인천하’의 강한 이미지를 깼다고 생각했어요. 연기에 대한 열정도 더 생기고 이제 뭔가 막 시작할 것 같은 기분인데, 제가 할 수 있는 캐릭터의 폭이 한정적이 됐어요. 지금도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 부딪치는 것이 안타깝죠. ‘엄마’라는 캐릭터의 연령대가 낮아졌기도 하고요.”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도지원은 ‘시간’과 ‘기회’ 적인 면에 있어서 어느 정도 손해를 봤지만, 자신의 틀을 깨부수는 과정에서 ‘일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불현 듯 제 인생을 돌아보니 너무 재미없고 일에만 몰두하며 살았던 것 같았어요. 다음날 촬영이 있으면 대본을 일일이 체크하고 계획을 짜다가 촬영장에 가면 일에만 집중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교류 자체도 거의 없었죠. ‘일말의 순정’을 하면서 일의 즐거움을 깨닫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느끼게 됐어요. 촬영장이 즐거우니 캐릭터에 몰입하면서도 즐길 수 있었어요. ‘황금무지개’는 정말 주변에 착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행복하게 임했던 것 같아요.”

도지원은 현재 잠깐의 휴식을 취하면서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물론 예전처럼 막연한 기다림의 시간이 아닌, 다음을 위한 ‘비워내기’의 시간이다.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영혜를 빨리 비우려 해요. 이번에는 책을 많이 읽으려 해요. 책에서 느끼는 감성도 분명하게 있거든요. 촬영 중간에 한 번은 서점에 갔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 자리를 뜨기 싫을 정도의 시간이 있어요.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도지원이라는 사람의 감성을 채우려 해요.”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었던 도지원이 달라졌다. ‘천재도, 노력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이제는 일을 즐길 줄 아는 그였기에, 앞으로 그가 선보이게 될 모습은 더욱 다양해지고 깊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황금무지개’는 다른 드라마에 비해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이 더 큰 작품이에요. 하고 싶었던 캐릭터라 힘들기는 했지만, 즐기면서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에요. 그러면서 주변 모든 상황들이 저를 도와줬던, 심적으로 편안하면서도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했던 드라마에요. 매일 매일이 행복했어요.”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