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이 돌아왔다. 7년만이다. 20살에 데뷔해서 24장 앨범을 내고 오래 소식이 없던 그가 실험적인 정규 6집 part.1 ‘리부트 마이셀프(Reboot Myself)’을 들고 나타났다.
26일 앨범 발매에 앞서 발표한 선공개곡 원맨아카펠라 ’A.D.D.A‘(아따)에 이미 가요계가 떠들썩하다. 1000 개 이상의 녹음 트랙에 목소리만으로 록밴드 못지않은 입체감을 만들어낸 과정에 대개 입을 닫지 못한다. 20일 오후 홍대 V홀에서 음감회를 겸한 기자간담회를 가진 신해철은 변한 가요계 풍토에 어리둥절해 하면서 세상과의 소통에는 유연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감개무량해야 되는데 혼이 빠져 있달까, 6년만에 츄리닝 입고 살다가 이런 옷 입고 내보내니까 내가 연예인이었구나 생각이 든다”며 컴백소감을 대신했다.

‘리부트 마이셀프’는 스스로를 재가동하고 이전 앨범 ‘마이셀프’에 담았던 당시 음악적 과제를 다시 연구하겠다는 각오를 담고 있다. 제목이 시사하듯 이번 앨범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는 지난 7년동안 140곡을 써서 쟁여놨다고 했다.
신해철은 지금을 인생의 세번째 시기라고 규정했다. 학생시절, 뮤지션으로 활동했던 지난 시기, 지금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설명이다.
”7년동안 쉬었다는게 실감이 가지 않아요 우아한 충전이었으면 좋겠는데 가족들하고 살면서 안정과 위협, 두려움, 공포를 체험하고 음악적으로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는 다른 취미도 없이 꼬박 17시간 작업실에 앉아 눈뜨면 작업하는 창살 없는 감옥에서 음악적 실험에 몰두했다. 어머니에게서 5000원, 아내에게서 5000원 타서 생활하는 일종의 백수 생활이었지만 그는 그것도 고맙다고 했다.
90년대 서태지와 쌍벽을 이뤘던 아이돌 신해철은 요즘 팬들과도 음악적으로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20살에 데뷔 했을 땐 팬들과 나이 차이 얼마 안됐고 틴에이저 가수가 별로 없었어요.당시 신해철,넥스트의 주제는 자아였죠 ‘이대로 살아야만 하는가’는 물음 앞에서 ‘나도 모르겠다’는 식의 노래를 해왔던거죠. 이제 조카들 팬 세대와는 자아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놓고 애기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가 들려주려는 대답도 이미 준비돼 있다 .”드라마틱한 대단한 게 아니라는 거죠. 잃어버린 도토리 하나를 찾아 돌아다니는데 그게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거에요. 가족과 주위, 내가 갖고 있는 것. 내 자신을 예뻐하는 것, 환기에 대한 얘기를 계속하게 될 것 같아요.“
그는 화제를 불러모은 선공개곡 원맨아카펠라 ’아따‘와 관련, “원맨아카펠라는 몇년간 재미삼아 만든 프로젝트”라며, 코드를 잘못 부르면 혼자 수십번을 다시 불러야 하는 어려움을 털어놨다. 베이스 음을 내기 위해 몸무게를 4kg 찌우고 청아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살을 빼는 과정, 음악과 음향의 구분 등 기술적인 시험을 하기 위해 10여곡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 입술 팅팅 부르트면 연고 바르면서 만든 앨범 하나 낸 것 만큼 공이 들어간 곡이다.
“‘아따’의 가사는 코믹하지만 삶의 고단함을 노래한 거에요. 슈퍼마켓에 물건을 살때 뒤에 동그라미 하나 올라갈 때 식음땀이 땡 나는 그런 생생한 삶의 실감을 담아내려 했습니다.”

이번 미니앨범은 가요계에 대한 도전이자 대안 제시라 할 만하다.
’Catch me if you can‘(바퀴벌레)은 원맨 밴드의 형태를 띠고 있다. “실제로 연주할 파트는 많지 않고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어요. 마치 블루스크린 앞에서 연기하고 모션 샘플링하는 3D영화와 같다고 보면 돼요.”
이는 리허설 밴드가 먼저 이런 저런 연주를 해본 후 영화의 3D모션 샘플링에 해당하는 그루브 추출작업을 행하고 이를 가이드 라인으로 다시 그가 모든 파트를 다시 완성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이 곡은 70년대 그루브와 장르들을 21세기의 리스너들의 구미에 맞는 사운드로 양산해 내기 위한 프로듀서 겸 엔지니어 신해철의 첫 시험작이다.
이 곡에는 경상도 랩이 들어있다. 이를 정치적으로 비꼬는 듯 들린다고 하는 이들이 있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70년대 소울, 디스코, R&B의 느낌과 모던한 사운드를 복잡한 과정으로 블렌딩한 작품. 고급 리스너들을 위한 컨템포러리 뮤직이나 댄서블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음악적 생산이 전면 중단된 우리 음악계에 대한 제안이다.
가사 역시 환상깨기다. ‘broken ferry tale’이 핵심, “우리 현실이 공주님 만나고 왕자님 만나는 거 아니잖아요, 다른 세곡이 말하는 메시지도 같아요.”
팬들이 투표로 결정하기로 한 타이틀곡 ‘단 하나의 약속’은 15년에 걸쳐 만든 곡이다. ”아내에 대한 러브 송인데 가족테마로 확장했어요 세월호 사건도 있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지금도 괜찮다고, 좋다고 하는 목소리가 아닌가 최근 몇년간 뼈저리게 느꼈어요.“ 여기에는 콘트라베이스의 영역까지 내려가는 초저음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는 올 가을, 넥스트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할 서태지가 이번 앨범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또 넥스트 재결성과 관련, 그는 ”현재 계획은 ‘리부트 마이셀프f’ 2번째 파트보다 넥스트가 먼저 나올것 같다“며, 사운드 개념은 복잡하지만 조미료를 쓰지 않는 요리처럼 편한 노래를 선보일 참이라고 털어놨다.
가을부터 활동에 들어가는 넥스트는 기존의 스타일과 다르다. 그는 ‘넥스트 유나이티드’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오케스트라 시스템으로 전체 멤버 중 기타리스트 정기송씨가 수석처럼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만든다. 4명의 밴드가 아니라 베이스 3명 기타도 4명,1진, 2진, 청소년 넥스트도 만든다. 헤비메탈, 펑크 등 라인업에 따라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객원싱어와 연주를 하는 등넥스트 분신들이 다양하게 활동하게 된다.
그의 이런 모든 음악적 구상은 하나로 모아진다. “어떤 경우에도 대중에 봉사하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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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