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리스트] 쏟아져 나오는 신곡들 “여전히 ‘썸’ 타야 산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하루에도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쏟아지는 신곡들 사이에서 새로운 멜로디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일은 쉽지 않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나 다름없는 가요계에서 전략은 생존을 위한 필수다. 올 한해 가요계 생존전략은 ‘썸(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곧 사귈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는 상태를 일컫는 은어)’이었다. 올 한해 가요계는 가수들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곡들이 대거 차트를 상위권을 채우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 특징이다.

▶ 모든 ‘썸’의 시작…정기고ㆍ소유 ‘썸’= 2014년 가요계 ‘썸’의 시작은 지난 2월에 발표된 정기고ㆍ소유의 듀엣곡 ‘썸’이었다. 이 곡은 ‘썸’이란 신조어를 대중화시키며 가요계 발 광범위한 협업의 시작을 알렸다. ‘썸’은 대중음악 공인 차트인 가온차트가 결산한 올 상반기(1월 1일~6월 30일) 종합 디지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월 셋째 주 차트에 처음 진입한 ‘썸’은 이후 8주간 톱10에 머무르는 괴력을 보여줬다. ‘썸’을 시작으로 개리와 정인이 ‘사람냄새’, 산이(San E)와 레이나가 ‘한 여름밤의 꿀’, 에일리와 투엘슨의 ‘아임 인 러브(I’m In Love)’, 허각과 정은지의 ‘이제 그만 싸우자’, 지오디(god)와 메건리의 ‘우리가 사는 이야기’, 아이유와 산울림 김창완이 ‘너의 의미’로 협업 열풍을 이어갔다. 특히 아이유는 지난 2일 서태지 정규 9집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의 수록곡 ‘소격동’에도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 장르 다변화와 신구의 조화로 분화한 ‘썸’= 가요계 발 ‘썸’은 히트곡 장르의 다변화와 음원 차트 내 신구 아티스트의 조화 등 다채로운 결합으로 이어졌다. 가요계의 변방에 머물러 있었던 힙합은 빈지노(Beenzino), 개리, 스윙스 등 대중성과 실력을 겸비한 래퍼의 등장으로 새로운 음원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최근 새 앨범을 발매한 다이나믹듀오의 개코와 에픽하이도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힙합의 주류 편입을 알렸다. 차트에 오른 아티스트의 면면 역시 예년보다 다양했다. 9년 만에 원년멤버로 컴백한 지오디(god)와 데뷔 15주년을 맞은 플라이투더스카이 등 추억의 스타들은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과시하며 장기간 음원차트를 휩쓸었고, 악동뮤지션과 위너(WINNER) 등 신인들 역시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며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하반기에도 ‘썸’ 열풍은 은 여전하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10월 27일자 오전 7시 기준 실시간 차트 상위 5위권 내에 협업 곡은 에픽하이와 롤러코스터의 조원선이 함께 한 ‘헤픈엔딩(1위)’, 에픽하이와 빈지노 등이 함께 한 ‘본 헤이터(3위)’, 개코의 자이언티 등이 함께 한 ‘화장 지웠어(5위)’ 등 3곡에 달한다.

▶ 하반기에도 여전한 가요계 ‘썸’ 열풍= 가요계 협업의 확산은 사실상 고육지책에 가깝다. 한때 가요계를 강타했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고 아이돌 시장 역시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시간 음원 차트가 매 시간 바뀌는 상황에서 새로운 이슈를 만들기 위한 투자는 모험인 상황이다. 실패하지 않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유행에 묻어가는 일이다. 신인은 별다른 전략 없이 쉽게 기성 가수의 지명도에 묻어갈 수 있고, 기성 가수는 신인의 신선함을 취할 수 있는 협업은 단기간에 화제를 모으기에 적합한 전략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같은 협업의 결과물이 김현철과 이소라의 ‘그대안의 블루’, 이동원과 박인수의 ‘향수’처럼 시대와 유행을 넘어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을 수 있을 진 미지수다. 한 때 차트를 휩쓴 많은 협업 곡들이 진작 차트에서 사라지고 다른 곡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을 보면 말이다. ‘썸’의 완성은 ‘연애’다. 가요계 ‘썸’이 진득한 ‘연애’로 발전하기 위한 필요조건은 결국 ‘좋은’ 음악일 것이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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