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가사과 가락을 가진 노래여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감동의 깊이가 달라지곤 합니다. ‘우리의 소원’ 가사 마디마디에 박힌 애틋함과 그리움을 실향민보다 더 절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가수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부르는 사람의 삶과 포개지는 노래는 청자에게 감히 가창력의 차원에서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곤 합니다.
“길 떠나는 우리 아들 조심하거라/그 소리 아득하니 벌써 70년/보고 싶고 보고 싶은 우리 어머니”

여기 오래 전 사랑하는 어머니와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누군가의 비극을 담은 노래가 있습니다. 제목은 ‘유랑청춘’. 이 말로는 설명하지 못할 비극을 노래로 들려주는 가수는 30년 동안 KBS 1TV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을 맡고 있는 ‘국내 최고령 연예인’ 송해입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일요일의 남자’로 익숙한 이 구순(九旬)의 현역은 실향민입니다. 송해의 고향은 지금은 오갈 수 없는 북한의 황해도 재령군입니다. 그는 한국현대사의 비극인 6ㆍ25 전쟁의 깊은 상흔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민군 징집을 피해 야산과 인근 마을로 도망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가 전쟁의 발발로 어머니와 생이별을 했죠. 전쟁의 한복판 아비규환 속에서 무작정 앞사람만 따라갔다가 큰 배를 탄 그가 도착한 곳은 부산이었죠. 피붙이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의 삶은 그렇게 시작돼 오랜 세월이 흘됐지만 나무리(南勿里) 들판은 여전히 그에게 생생한 풍경입니다. ‘유랑청춘’이 더욱 절절하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재 넘어 길 떠나는 유랑 청춘아/어디 가면 그리운 님 다시 만날까”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에게 송해는 가수로 더 익숙한 이름이죠. 그는 황해도 해주예술학교 성악과 출신으로 지난 1955년 창공악극단을 통해 가수 활동을 시작해 데뷔 60년차를 맞았습니다. 조로현상이 심각한 가요계에서 데뷔 60년차를 맞은 구순의 가수가 신곡을 발표하는 일은 그 자체로도 대단한 사건이죠. 심지어 그는 최근 서울, 부산, 창원에서 ‘송해 빅쇼 시즌3-영원한 유랑청춘’이라는 타이틀로 전국 투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송해이지만, 고령인 그가 생전에 다시 고향 땅을 밟을 가능성은 안타깝게도 요원해 보입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옛말이 그에게 얼마나 야속하게 들릴는지요. 송해는 “이제는 그 모습마저도 가물가물한 어머니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며 “이번 생에서의 이별이 다음 생에서의 행복한 만남으로 이어지기를 고대한다”는 말로 신곡 발표 소감을 전했습니다. 담담한 소감이 더욱 절절하게 들립니다.
“정 주면 이별인데 그 어디 머물까/그 세월 아득하니 벌써 70년/보고 싶고 보고 싶은 우리 어머니/보고 싶고 보고 싶은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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